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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 의무반고(義無反顧)- 진정한 정의는 돌아보는 것이 없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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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의 매일 사건·사고 소식만 듣다 보니 세상이 너무나 어지러워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은 위기의식이 없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의로운 사람의 소식을 듣고 감동했다.

    의정부(議政府) 화재 현장에서 밧줄로 열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구해낸 이승선씨 이야기다. 우리 시대의 참다운 정의(正義)를 실현한 분이다.

    ‘정의롭게 살아야지’, ‘남에게 도움을 주어야지’라는 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갖고 있지만, 정작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고층건물 간판 설치 전문가라 늘 밧줄을 휴대하고 다닌다지만, 불길이 치솟고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생사가 엇갈리는 화재현장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일은 이미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씨는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열 사람을 구해냈다. 그 뒤 어떤 익명의 독지가가 감명을 받아 3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려고 하자, 이씨는, “내가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여 사람들을 구제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한 것뿐입니다. 시민으로서 같은 시민을 도왔다는 이유로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며 거절했다.

    이씨는 “그 돈을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 돕는 데 쓰기 바랍니다. 땀 흘려 일해 얻은 대가라야 달콤합니다. 성금이 3000만원이 아니라 3억원이라 해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만 알고 또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황금만능주의가 된 시대다. 받아도 아무런 거리낄 것 없고 받아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돈을 이씨는 자기 원칙에 따라 사양했다.

    선행을 하거나 큰 기부금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자기 이름을 내기를 바라거나 반대급부를 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이름 내기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위험한 일이나 좋은 일을 할 경우에는 이리저리 그 효과나 영향을 재보고 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정의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하는 것이다. 또 그 결과로 인한 이익에도 초연해야 하는 것이다. 상당히 그럴 듯한 말을 하는 지도층 인사나 지식인들도 막상 이해관계에 걸리면 자기의 원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씨는 정의를 실현했고, 또 금전적 이익에도 초연했다.

    이씨의 이런 자세와 마음가짐이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 우리 국가, 우리 사회가 점점 좋아지기를 바란다. 잘 드러나지 않아서그렇지 세상 곳곳에는 이씨와 같이 정의롭게 원칙을 지키면서 사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건·사고 소식을 들으면 세상이 곧 망할 것 같지만, 그래도 망하지 않고 지탱해 나가는 것은 이런 좋은 사람들이 곳곳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에 ‘천하에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 많다(天下還是好人多)’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 義 : 옳을 의. * 無 : 없을 무.

    * 反 : 돌이킬 반. * 顧 : 돌아볼 고.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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