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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군자신시(君子愼始)- 군자는 시작을 삼간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1-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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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미(乙未)년이 밝았다. 을미년은 양의 해이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양은 거의 키우지 않았고, 양과 비슷한 염소는 많이 키웠다. 농촌에서도 염소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양은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양띠’를 그냥 ‘염소 띠’라고 한다. 양과 염소는 비슷하지만, 양보다 염소가 더 활동적이고 체력이 강인하다.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雲峯)에 큰 양 목장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니, 양이 우리나라 풍토에 맞지 않은 것 같다.

    양은 성질이 온순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동물 가운데서 창자가 가장 길어 딱딱한 것을 먹고도 소화를 잘 시키고, 발굽이 발달되어 바위 산에도 잘 오른다. 또 ‘양 (羊)’자는 상서로울 ‘상(祥)’자의 옛날 글자다. 을미년은 푸른 양에 해당된다. 을(乙)이 오행(五行)에 따라 배치한 방위로는 동쪽에 해당되고, 동쪽을 나타내는 색깔이 푸른(靑)색이기 때문에 을미년을 ‘푸른 양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희망차고 상서로운 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건이 없는 해가 없지만, 지난해는 세월호 침몰 사건 등 사건이 유달리 많았다. 국무총리 후보 몇명이 인사청문회 때문에 낙마했고, 청와대 문건유출사건 등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2014년을 회고해 보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질서, 분노, 불신 등이다. 국회는 국회대로 여야가 대립하고, 청와대는 인사문제의 실수를 계속하고, 법관은 법관대로 원칙 없는 판결을 하고 있다. 각급 사회단체는 자기들의 권익을 주장하며 원칙을 어기고 있다. 국민 개인은 개인대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한다. 그리고는 상대가 한 말을 믿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기본을 지키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데, 권리만 주장하니 세상이 바로 될 수가 없다. 자유와 방종은 다르다. 또 지도자에서부터 일반 서민까지 말을 너무 함부로 하고 거칠게 한다.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자. 무질서 속에서 서로 싸우고 흠집내는 것은 결국 자기 손해다. 입에 피를 머금고 하늘을 향해 내뿜으면, 그 피가 결국 자기 얼굴에 내려와 앉는다. 남을 해롭게 하려고 음모를 꾸미면, 상대방은 가만 있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덮어주는 세상이 되도록 다 함께 힘쓰자.

    양처럼 온화하면서도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잘 적응하는 한 해가 되어 2016년을 맞이하고, 좋은 기분으로 2015년을 보낼 수 있도록 각자 노력해 보자.

    ‘대대례기(大戴禮記)’에 “군자는 처음을 삼간다(君子愼始)”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조금 잘못된 것이 나중에는 엄청난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 연초에 계획을 잘 세운 사람과 잘못 세운 사람 사이에는 연말이 되면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시작을 조심스럽게 잘 하도록 하자.

    * 君 : 임금 군. * 子 : 아들 자.

    * 愼 : 삼갈 신. * 始 : 비로소 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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