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2년 12월 08일 (목)
전체메뉴

(505) 풍엽적화(楓葉荻花)- 단풍잎과 갈대꽃

  • 기사입력 : 2013-10-29 11:00:00
  •   


  • 단풍, 국화, 코스모스, 서리, 기러기, 갈대꽃, 억새꽃, 맑은 하늘 등 가을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사물이나 현상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코 단풍(丹楓)이라 할 수 있다.

    단풍이란, 나뭇잎이 붉은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드는 현상을 나타내는 뜻과 단풍나무라는 수종을 나타내는 뜻 두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나뭇잎이 붉은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드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수종을 나타내는 단풍나무는 명칭을 아예 단풍나무 ‘척()’ 자를 써서 ‘척수( 樹)’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정원이나 공원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풍나무 가운데는 우리 고유의 것보다 서양에서 들어온 ‘단풍나무’가 더 많다.

    절기상으로 양력 8월 23일경에 드는 처서(處暑)를 지나면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나무나 풀이 그해에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엽록소(葉綠素) 생산을 중단한다. 그때부터 동물의 노화(老化)처럼 점점 쇠퇴하기 시작하다가, 온도가 섭씨 5도 이하로 되면 서서히 단풍이 든다. 갑자기 추워지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단풍이 더 좋게 된다.

    단풍이란 것은 엽록소가 분해되어 안토시안(anthocyan)이라는 물질로 바뀌면서 붉은색을 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이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노화요 부패다. 그래서 옛날 자전(字典)에 보면, ‘풍(楓)’자는 ‘신나무’라고 뜻을 달아놓았는데, ‘신나무’란 ‘쉰 나무’라는 뜻이다. ‘밥이 쉬다’, ‘목이 쉬다’에 같은 어원(語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지리산(智異山) 피아골, 설악산(雪嶽山), 내장산(內藏山) 등의 단풍이 유명하다. 해인사(海印寺) 들어가는 계곡 이름이 ‘홍류동(紅流洞)’인데, 그 뜻은 ‘붉은 물이 흐르는 골짝’이란 뜻이다. 봄에는 양쪽 산에 핀 철쭉꽃이 물에 비치어 붉은 물이 흐르고, 가을에는 양쪽 산의 단풍이 물에 비치어 붉은 물이 흐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한창때의 단풍은 정말 황홀하다. ‘아름답다’, ‘그림 같다’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느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말이란 것이 얼마나 부족하고 한정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은 단풍을 아주 즐기고 단풍구경 간다고 날을 받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 10월 말쯤 되면 주말에는 곳곳에서 도로 정체가 일어난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다 같은 사람인데도 단풍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감탄하지도 않는다. 동양은 오랫동안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에 영향을 받아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보려는 경향이 강한 데 반해서, 서양 사람들은 자연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온 습관으로 인해서, 단풍을 보고서도 ‘식물의 노화현상’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감동이 없는 것이다.

    가을 단풍을 주제로 한 시나 그림은 아주 많다. 한시(漢詩) 가운데는 당(唐)나라 말기의 두목(杜牧)이 지은 산행(山行)이라는 시가 유명하다. 그 시는 이러하다.

    멀리 가을 산 오르노라니 돌 오솔길 비스듬한데, 저 아래 흰 구름 이는 곳에 사람들 사는 집이 있네. 가마 멈추고 앉아서 저물어가는 가을 단풍 숲 사랑하나니, 서리 맞은 단풍잎은 봄 꽃보다도 더 붉구나. (遠上寒山石徑斜,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 楓 : 단풍 풍. * 葉 : 잎 엽.

    * 荻 : 갈대 적. * 花 : 꽃 화.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