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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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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 낙업지심(樂業之心)- 자기 직업을 즐거워하는 마음

  • 기사입력 : 2013-10-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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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노벨상 수상자, 재벌, 인기스타, 금메달리스트?

    이들일 수도 있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다 같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한 교사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왜 토요일, 일요일이 있나? 매일 학생들을 보고 싶은데. 월요일 아침이 왜 이렇게 빨리 안 오나”라고 생각하면서, 어서 빨리 월요일 아침이 와서 학생들을 다시 만나야지 하며 교사생활을 한다.

    다른 한 교사는, “토요일 일요일이라 애먹이는 학생들 안 보니 살 것 같은데, 월요일 아침은 왜 이렇게 금방 다가오나. 또 귀찮은 학생들 만나야 되는데. 학교 가는 것이 정말 도살장 들어가기보다 더 싫어”라고 생각하며 교사생활을 한다.

    한 교사에게는 교사가 즐거운 직업이지만, 다른 한 교사에게는 교사라는 직업이 보수를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종사하는 평생 괴로운 직업이다.

    ‘업(業)’이란, ‘공(功)을 들여서 오래도록 종사하는 일’이다. 그래서 ‘직업(職業)’, ‘생업(生業)’, ‘업으로 삼는다’라는 말이 쓰이는 것이다.

    유명한 영화배우 신영균(申榮均) 씨 같은 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를 나와 치과의사로 개업하여 살아가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대학 때 하던 연극을 다시 찾아서 배우가 되어 성공했다.

    황병기(黃秉冀) 교수 같은 분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는데, 어릴 때 배운 가야금을 못 잊어 대학 졸업 후 법관이 되지 않고 가야금 연주를 계속하여 가야금 명인(名人)이 되었고, 결국 국악과(國樂科) 교수로 초빙되었다.

    필자가 아는 모 병원 원장은 연세가 80이 가까웠는데도 수술이 하고 싶어 견디지를 못한다. 자기가 빠지면 안 되는 어떤 모임 때문에 자기 병원의 환자 수술을 젊은 의사에게 맡기고, 차를 몰고 그 모임에 가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 모임에는 급한 일이 있다고 전화를 하고는 차를 돌려 병원으로 와서 자기가 수술을 했다.

    바야흐로 대학 입시철이 가까워온다. 수험생들은 법관, 의사 등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전공이라고 몰려가면 안 된다.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종에 취직할 수 있는 전공이라고 몰려가서도 안 된다.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전공이라고 몰려가서도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마시는 물이 뜨거운지 찬지는 마시는 본인이 제일 잘 알 듯이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부모님이나 담임선생의 권유는 참고로 할 뿐,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필자는 꼭 대학교수를 해야겠다고 한문공부를 한 것은 아니고, 재미를 느끼며 공부를 하다 보니 대학교수로 채용된 것이다. 필자가 한문공부할 때 담임선생 등 많은 교사들이 계속해서 말렸다. 일가친척들이나 동네 어른들도 말렸다.

    심지어 평생 한문공부한 시골 한학자(漢學者)들도 말렸다. “한문이 공부는 좋은 공부지만, 그것 공부하면 굶어 죽는다. 생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한문공부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해도 계속했다. 결국 굶어 죽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 樂 : 즐거울 락. * 業 : 일 업. * 之 : 갈 지. …의 지. * 心 : 마음 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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