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소식

-
[살롱] 난 예술은 도통 모르겠다책 읽어주는 홍아 (11) 달과 6펜스(서머싯 몸) "이 그림의 가치가 돈으로 따지면 얼마로 보이십니까?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게 그림으로 보이십니까?"난 이렇게 자문해보고 두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한다. "모르겠다." 이 미술품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다. 지난 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에서 김환기(1913~1974)의 대형 붉은 점화 '3-II-72 #220'이 85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미술품 최고가 10점 중 8점이 김환기 작품이다. 8개 작품의 총가격은 당시 낙찰가 기준으로 4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난 모를 일이다.
추상미술 선구자인 김환기(1913~1974)가 1972년 그...조규홍 기자 -
[살롱]'공주가 왕자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이후 진짜 이야기(10)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마샤 그래드)
지난해 연말 후배와의 술자리에서 농담 섞인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요즘엔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멘토다 뭐다 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던데 우리 땐 그런 것 하나 없었다. 우리도 그런 기회가 많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자 후배가 말했다. "선배, 기깔(?)나는 게 하나 있는데요. 해보실랍니까" 그렇게 내가 졸업한 대학교 학과 후배들에게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책 도서관' 행사가 기획됐다. 며칠간 준비를 거쳐 지난 14일 내 이야기로 후배들에게 사기(?)를 치고 왔다. 이번 살롱에서는 그 사기 내용...조규홍 기자 기자 -
[살롱] 일상탐독 (끝) 일상탐독/김유경
안녕하세요?일상탐독을 연재해 온 김유경입니다.
일상탐독을 써온지 햇수로 4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2015년 봄부터 지금까지 띄엄띄엄 느릿느릿.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2018년 봄,용기를 내어 이 치기어린 글들을 책으로 엮었습니다.지난해부터 서른 편을 골라내어 조금씩 다듬었어요.다시 꺼내어보니 어떤 글은 무척이나 부끄러웠고 어떤 글은 제 것이 아닌양 낯설었습니다.흩어진 글을 한데 묶는 과정은 제게도 난생 처음, 나름의 결단이 필요한 작업이었으나감사하...김유경 기자 -
[살롱] 한 사람의 학문적 업적과 정치적 행보를 분리할 수 있을까책 읽어주는 홍아 (9) 히틀러의 철학자들(이본 셰라트) 제국주의에 부역한 철학자의 철학, 배워야 할까? 난 안 배우련다. 다른 더 좋은 배울 거리가 넘친다.
2차대전 시기 나치의 만행을 보면 자연스럽게 일제의 만행이 오버랩된다. 우리민족이 제국주의 확장에 따른 피해를 나치의 피해국들 못지않게, 어쩌면 더 가혹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상처는 아직 치료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는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여전히 이광수를 최초의 우리나라 근대소설가라고 배우고 있고 최남선, 노천명 등의 친일 문학가들의 시를 공부한다.
...조규홍 기자 -
[살롱] 일상탐독 (32)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이제니기자살롱
어두침침한 기차간 같은 호프집 문을 열고 그들이 전화로 알려준 '안쪽 자리'를 찾아 들어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물기가 싹 가신 오징어와 땅콩, 수차례 비워냈을 맥주잔이 허름한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널려있었고 두 사람 모두 혀가 반쯤 꼬여 말이 쉬쉬 새어 나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속이 허하고 쓰라린 부분이 있을 법한 이 사람들의 호칭은 간단히 말해 김과 박. 김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근례엔 서로 바빠 거의 만나지 못했고, 잊을만하면 나타나 재밌는 술자리를 ...김유경 기자 -
[살롱] 기력이 펄펄 넘치는 새해를 기대하며책 읽어주는 홍아 (8)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리히 프롬) 회식·축제의 분위기가 일상을 짓누르는 연말이다. 이런 축제 분위기를 맞이하던 과거의 나는 무기력에 휩싸여 아무 것도 하기 싫거나 뭐든 하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혼자인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올해도 같은 날을 보내고 있진 않다. 결혼 후 맞는 첫 연말의 포근함이 과거의 연말 무기력을 기억 속에서 가시처럼 도드라지게 했다. 이런 때 우연히 펼친 책이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였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 모두가 일정량의 무기력증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 ...조규홍 기자 -
[살롱] 심야영화 (5) 살, 조작된 기억- 기억의 밤대학시절 술 먹은 다음날에도 얼굴이 붓지 않아 종종 부러움을 샀다. 늦잠 자고 씻지도 않은 모습으로 강의실에 가도 '오늘따라 괜찮은데?'라는 말이 들려오곤 했다. 꾸미면 더 못 난 것은 함정. 아무튼 이 모든 것은 술과 늦잠에도 무너지지 않는 오똑한 콧날과 날카로운 턱선 덕분이었다. 그래서 아침이면 거울 앞에서 누차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훗.
그랬는데. 요즘 뭔가 이상하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나보고 '살 찐 것 같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 '살 쪘다'고 지적한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안대훈 기자 -
나혼자산다 (12·끝) 혼자이지 않기 위해 혼자가 되고자 했던 나혼자, 홀로…. 쓸쓸한 단어다. 싫어하지만 또 익숙한 단어다. 육남매의 늦둥이 막내로 자랐다.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고할 때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너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겠구나."
우리 가족들이 이 글을 보면 많이 섭섭할 것 같다. 한편으론 많이 미안해 할 게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쓸쓸하고 외롭게 컸다. 혼자라고 느껴진 때가 많았다.넉넉지 않았던 살림살이는 가족들을 하루종일 일터로 나가게 만들었다.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서로 살을 부비고 웃음을 지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친구들이 갖...도영진 기자 -
[살롱] 일상탐독 (31) 뜨거운 사람들/이현승 그해 여름은 무더웠다. 모두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덥다, 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나는 춥기만 했다. 서럽기만 했다. 집에서 새벽 별을 보고 나와 경찰서 형사계와 교통조사계를 돌았다.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나는 당직관을 깨워 지난 밤의 일들을 캐물어야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래야만 했다. 그들은 대충 대답했고, 한번 더 물으면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여름 추위는 그들이 나를 그렇게 대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을 이해한다는 데서 기인했다. 그래. 저 사람들도 힘들겠지....김유경 기자 -
[살롱] 록이 말한다, 함께하는 것이 혁명이다책 읽어주는 홍아 (7) 록킹소사이어티 (장현정) 난 인디(Indie:independent의 준말)음악을 좋아한다. 인디음악은 말 그대로 자본·소속사·대중의 입맛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음악가 자신의 감수성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속박에서 독립한 것'이라는 의미 때문에 인디음악은 장르와 무관하게 대중가요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난 대중가요는 흘려듣지만 인디음악은 감상한다. 록(Rock)의 탄생도 인디였다. 록은 고지식하고 위선적인 윤리관을 강조하는 미국 청교도 세계관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등장했다. 이런 영향으로 인디음악도 록의 형태를 많이 빌리고 ...조규홍 기자 -
[살롱] 심야영화 (4) 기절 타임루프, 벗어나고파- 타임루프 영화s타임루프(time loop)는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이 동일한 시간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요즘 자주 기절한다. 그렇다고 길을 걷다가, 또는 차를 몰다가 기절하는 것은 아니니 두려워마시길. 그저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잠시 침대에 누웠을 뿐인데, 아침인 경우가 많아서 하는 말이다. 기절한 다음날은 출근도 허겁지겁이다. 가까스로 출근해 일하고 집에 오면 또다시 기절.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눈만 뜨면 다시 일터에 있는 시간이 반복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름 여러가지 노력도 해봤다. 체력이 문제인가 싶어 운동...안대훈 기자 -
[살롱]울기엔 좀 애매할 때는 울어도 괜찮아책 읽어주는 홍아 (6) 울기엔 좀 애매한(최규석) 한 달여간 책 읽어 드리지 않은 것에 사과 말씀부터 드린다. 지난 한 달 사이 일생 최대의 이벤트가 있었다는 것을 핑계로 하고 얼른 책을 집어 들었다. 이번엔 만화책이다. 결코 긴 글을 읽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씀도 덧붙인다. 수능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문득 이 책이 떠올랐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가 미술을 하려는 자기를 뒷바라지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 그림 연습장을 침대 밑에 숨기곤 했다. 어느날 어머니는 그 연습장을 보고 "좋...조규홍 기자 -
[살롱] 웨딩다이어리 (9) 진짜 프로포즈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우선 밝힌다. 서운해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래에 적었다. 내 나름대로 정했던 프로포즈 유예기간은 10월 19일이었다. 그날은 회사 선후배들에게 '저 결혼해요!' 알리고 축하 받는 댕기풀이가 예정돼 있었고, 결혼 한 달 정도를 앞둔 시점이었다. (원래 댕기풀이는 신랑 될 사람이 결혼이 확정되면 친구들을 불러 대접하고 결혼 사실을 알리는 자리지만, 우리 회사는 여자도 한다. 으레 하는 전통같은 느낌?)결론은 못 받았다. 아직도. 예전에 유부녀 지인들이 남편이 결...김현미 기자 -
[살롱] 웨딩다이어리 (8) 무단휴재 그리고 게이트키핑에 대한 변명혹자, “한동안 휴재를 하는거야. 그러면 뭔가 굉장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지 않겠냐?”나, “와, 자의든 타의든 휴재는 뭔가 진짜 심각해 보인다. 어떻게든 무조건 매주 쓸게요!”...
그래놓고 두 달째 무단 휴재를 해버렸다.(일주일에 한 편씩 쓰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무단 휴재를 너무나 길게 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결론적으로 갈등으로 인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자던 혹자의 말처럼 의도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유인 즉슨 이 세상 제일 큰 핑계라는 '바빠서'.처음 해보는 해외 기획취재...김현미 기자 -
[살롱] 심야영화 (3) 3개월 간의 잠적, 진실의 방으로- 범죄도시(독자)“야! 니 뭐야. 3개월 동안 뭐했어? 말 안해? 이 자스기... 안 되겠네. 진실의 방으로” '쫄쫄이를 입은 두 쪼렙' 기자살롱 글을 쓴 지 3개월 만이다. 2주당 1회 연재를 약속한 나는 그간 일언반구도 없이 무연재를 하다가, 결국 진실의 방으로 붙들려 왔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마동석) 형사는 입을 열지 않는 범인을 '진실의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범인에게 하이바(헬맷)를 씌우고, 통나무 같은 팔뚝을 휘둘렀다. 기자에겐 독자가 마 형사다. 더이상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간, 어떤 고통을 당할 줄 알기...안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