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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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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이야기는 욕망이다- 김향지(소설가)

  • 기사입력 : 2021-04-01 2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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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타임 크로싱 스릴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타임 크로싱 스릴러’란 주인공이 우연에 의하여 과거와 현재 혹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면서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말한다. ‘타임 크로싱 스릴러’는 우연에 의해서 과거의 시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 슬립’보다 구성이 더 진보된 느낌이라고 할까?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같은 영화가 ‘타임 슬립’의 좋은 예이다.

    현대의 남자가 우연히 19세기 파리의 시간대를 경험하면서 그 시대의 유명한 예술적인 거장들인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과 교류를 한다. 심지어 과거의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간 여행자인 현대인은 경험만할 뿐 역사적 결과를 바꾸어 놓지는 않고 현실로 돌아오기만 한다.

    ‘타임 크로싱 스릴러’는 지난해 TV 모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카이로스’라는 드라마를 예를 들 수 있다. ‘카이로스’는 한 달을 시차로 둔 미래 남자와 과거 여자가 휴대폰을 통해 단 1분 동안 연결되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다.

    ‘타임 슬립’과 ‘타임 크로싱 스릴러’의 차이점은 결과에 있다. ‘타임 슬립’은 시간 여행자가 일어날 사실의 결과를 바꾸어 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타임 크로싱 스릴러’는 시간 여행자가 현재에 일어난 일의 결과를 바꾸어 놓는다.

    사실 시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 신화시대로부터 거슬러 가 볼 수 있다. 창세 신화 중 하나인 고대 그리스 ‘크로노스’신화를 살펴보자.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로부터 자식에게 자신의 왕 자리를 뺏길 것이라는 저주를 듣는다.

    왜냐하면 크로노스 자신도 아버지 우라노스를 제압하고 왕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불안해진 크로노스는 자식들을 낳는 즉시 삼켜 버리고 만다.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마지막 자식을 돌덩이와 바꾸고 크로노스의 눈을 피해서 살린다. 그렇게 해서 살아난 아들이 바로 제우스다. 제우스는 나중에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압하고 신들의 왕이 된다.

    신화는 상징적이기 때문에 해석을 요한다. 태어나는 자식을 크로노스가 삼켜버리는 것은 모든 사물들의 운명이 태어나자마자 종말을 향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아들에 의해 제압되는 사건은 낡은 것이 새 것을 이기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결국 크로노스 신화는 고대인들이 죽음에 대한 경고를 우의적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유사 이래 인류는 눈부신 물질문명을 이루어냈지만 시간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물질문명을 통해 극복하지 못한 시간의 한계를 인간은 놀이문화를 통해 가볍게 극복해냈다.

    ‘타임 슬립’이나 ‘타임 크로스 스릴러’류가 그것이다. 호모 루덴스(노는 인간)들이 상상력을 통해 그것을 이루어 낸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야기에는 우리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서 꿈꾸고 즐길 수 있다. 당신은 타임머신이 현실화된다면 어느 시간대로 돌아가보고 싶은가?

    김향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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