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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의령 땅에서는-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3-31 20: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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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절 머무르는 동안 고작 ‘셋’이었다. 코로나19가 무색할 정도의, 인파로 가득 찬 장날이었는데도 그랬다. 아침나절 우체국 앞에서 만난 여자아이 하나, 점심께 국밥을 먹고 나오던 골목에서 마주친 어린 남매 둘. 4·7재보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3월 28일 의령전통시장에서 목격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다.

    ▼의령군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담론이 시작될 무렵부터 이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인접한 합천, 산청과 한데 묶여 서부경남의 낙후 정도를 가늠하는 ‘불우(不遇)’의 지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인구 약 2만6000명, 행정안전부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4·7재보선 의령군 유권자는 2만4452명으로, 60대 이상 유권자(53.34%)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장터에서 만난 한 군민은 “일부 군민들에게는 후보자가 대가를 주면 표를 찍어주겠다는 식의 인식이 남아 있고,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군민도 많다”며 “그래서 의령에서는 4000~5000표만 얻어도 군수된다는 말 있는 거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내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묻지 말라. 의령 땅에서는 누가 누군지 다 알아본다” 오, 이것이 역대 군수들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인 걸까. 서로 누가 누군지 다 알고, 투표는 대가를 담보한 교환경제의 산물이며, 군민 1/5 동의만으로도 단체장이 될 수 있는 곳.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선한 믿음의 기반이 없을 때 인간은 악한 믿음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선한 믿음은 ‘내가 던지는 한 표가 지역소멸을 막는 씨앗이 된다’는 자기확신으로, 악한 믿음은 ‘내가 가진 이 한 표가 무슨 소용과 쓸모가 있겠나’하는 일종의 자기소외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적어도 오는 7일 의령 땅에서는 말이다.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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