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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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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음 근력과 좋은 인연-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1-02-24 1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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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은 순간으로 채워지고, 순간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영원으로 사라진다. 가슴 뿌듯한 기쁨과 영광도 금세 스러지고, 죽을 만큼 힘든 고통과 아픔도 곧 잊히고, 뜨겁던 붉은 마음도 사소한 오해로 끝내는 이별로 마감한다. 영원불변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숱한 인연에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리며 집착한다. 법정 스님은 ‘진정한 인연은 최선을 다하여 맺지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그냥 무심코 흘려보내고, 인연이 헤프면 어설픈 인연으로 고통받으므로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반백 년 이상을 살아보니 가장 힘든 게 ‘마음’이다. 마음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고, 주위 환경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다. 주위 환경이 흔들리면 마음도 덩달아 요동친다. 평생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세상의 온갖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갖은 풍파에 비겁하지 않으려면, 외부 자극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내 마음의 반응을 제대로 관찰하는 ‘마음 다스림’이 필요하다. 처음 그대로의 마음을 간직하려면 감정 기복이 없는 평안하고 고요함이 중요하지만, 삶을 살면서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지나고 돌아보면 덧없고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은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분명 내 것이지만,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마음은 어찌할까. 자극과 반응 사이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온전하게 살펴보는 시간적 여백을 두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 좋은 방법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 변화를 판단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인식하며, 슬프거나 나쁘거나 움츠러드는 마음을 용감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봄이면 새싹이 움트듯 마음에 근육이 생기면 스스로 존엄하게 여기고 주위 사람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 살면서 맺는 다양한 시절 인연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지 않는 마음 근력 즉, 회복탄력성은 거부할 수 없는 ‘필연’과 스쳐 가는 ‘우연’을 구분할 지혜가 된다. 쉽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음 챙김으로 진실하고 참다운 좋은 인연(相生善緣)을 희망한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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