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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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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新 행복론- 안현주(국민연금공단 김해밀양지사장)

  • 기사입력 : 2021-02-24 19: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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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든 지 벌써 1년 이상이 되어간다. 세계인, 우리 국민들의 삶은 여러모로 너무 힘들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전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행복했던 시절이었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우리의 삶은 아마 역사 이래로 최고로 물질문명이 발달되었고 경제적 생활수준도 최상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역대 최고로 행복한가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는 아닌 것 같다. 행복지수라고 한 번씩 조사를 한 것이 있는데 그 결과가 각 나라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절대적으로 좌우되지는 않았다.

    20년 전의 조사에서는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같은 최빈국에서 행복지수가 최상위권으로 나타났고, 최근의 조사로는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의 복지 및 분배가 잘되어 있는 나라가 상위권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단순히 절대적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미국 경제사학자인 이스틸린은 역설로 “소득이 증가해도 일정 수준 지나서는 행복이 정체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트렌드로 ‘소확행’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작지만 확실한 행복 또는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 정도로 일종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비슷한 것으로 봐야겠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날 이런 유형이 2500여년 전의 성현의 행복론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 행복의 세 가지를 ‘배우고 때로 익히기’ ‘벗이 멀리 있어도 찾아오는 일’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여유’를 들었고, 플라톤은 ‘약간의 재산’ ‘적당한 용모’ ‘적당한 명예’ ‘적당의 체력’ ‘적당의 말솜씨’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했다. 어쩌면 오늘날의 소확행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역시 진리는 세월을 관통한다고나 할까.

    최근 프로스포츠 스타들의 청소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일순간에 부와 명예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일순간의 잘못으로 창창한 미래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기에 안타까움도 들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절대 용서될 수 없고 평생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절대 근절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안타깝게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그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학벌· 성적 지상주의가 팽배하는 사회 내지 학교 분위기에서 공부만 잘한다면, 운동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고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애초에 좋은 품성과 스포츠맨십을 갖춘 학생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것이다. 학교만 하더라도 공부· 운동 1등만 추앙받고 용서받는 현실이다. 그림 1등· 노래 1등· 봉사활동· 친구와 잘 지내기· 불우한 급우를 잘 도우기· 친구 칭찬 잘하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등이 있고, 공부 1등과 같은 대우를 해 주고 다양성이 존중된다면 학교폭력 등의 부작용도, 자살률 최고도 좀 치유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는 당장 실현이 어렵지만, 낭만적인 상상을 해 본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기준을 외부적 부분에 과다하게 치중하여 남과 비교하고 직업, 학벌, 아파트, 재산 등에 매몰되는 순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행해진다. 나만의 장점을 찾아 스스로 귀해지는 것이다. 자귀(自貴)란 것을 내가 아닌 남이 매겨주어야 한다고 믿는 그 마음가짐이 불행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고 존귀하게 대접하는 것에 서툴다 할까.

    결국 행복을 밖에서 찾으려면 최상위의 극소수밖에 행복하지 못한다. 내면에서 자신의 장점을 찾고 스스로의 존귀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그간의 외향적이고 떠들썩했던 행복 기준도 내향적이고 축소적인 것으로 바뀌는 것 같다. 우수도 지나고 곧 경칩, 새봄이 오고 있는데 코로나19가 빨리 끝나서 금년에는 다시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는 찬란한 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현주(국민연금공단 김해밀양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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