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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고령 정치 지도자와 확증편향- 양영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21-02-08 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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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 바이든은 1942년 11월 20일생이다. 우리 나이 80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됐다. 지구촌에 70대 이상 정치 지도자는 적지 않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7), 스가 일본 총리(74),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4),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77),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75) 등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 몇몇 지도자들은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았던 선대의 뒤를 따르려 한다. 올해 69세인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018년 헌법을 개정해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등 장기집권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70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장기 집권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의 국민투표 통과로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다.

    최근 지구촌에 시니어 정치인들의 전면적인 등장은 개혁과 변화보다는 안정을 바라는 해당 국가 국민들의 정서가 투영돼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과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 등으로 경제와 고용 측면에서는 나름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온 갈등과 대립을 표면화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즉 안정된 미국으로 회귀하려는 미국민들의 염원이 바이든에 대한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고령 지도자의 건강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20~30년 전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길어졌다. 그들의 장점은 경험과 경륜이다.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 오판을 줄일 수 있는지 체득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단을 내리고 극단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온 확고한 신념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 알고 있던 지식 경험에 매몰돼 자기중심의 한 가지 입장에서만 사물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 방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신념을 확증해주는 것들을 쉽게 발견, 찾는 경향으로 신념에 반하는 것은 무시하거나, 덜 찾아보던가, 혹은 낮은 가치를 주게 되는 것으로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내 경험과 지식에만 기대어 부정할 증거에 대하여 눈을 감는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 논리적인 해석과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고령 정치 지도자들의 확증편향은 지구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질서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등 바이든의 핵심 참모들도 잇따라 중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이 참모와 전문공직자들의 의견과 절차를 존중하는 전통적 제도주의자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을 넘어선 초강대국을 표방하는 중국도 결코 물러지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은 급팽창한 경제력을 배경 삼아 국가자본주의체제를 자국 내에 안착시켰고 경제패권주의를 일대일로에 실어 전 세계에 전파하려 하고 있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확증편향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바이든과 시진핑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열린 사고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고령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양영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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