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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줌세대-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1-21 19: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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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학식도 없이 초등 1학년이 된 아이는 소풍이나 운동회를 모르고 한 학년을 보냈다. 점심시간은 칸막이 안에서 혼자 조용히 밥을 먹어야 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얼굴은 마스크 위로 드러난 반쪽으로만 기억한다.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고, 방학일기에 쓰는 추억이라곤 집에서 동생과 노는 일이 거의 전부다.

    ▼코로나19로 첫 입학과 졸업, 취업 등을 화상으로 시작하는 이들을 일컬어 ‘줌(ZOOM) 세대’라고 한다. 줌(ZOOM)은 비대면 회의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화상채팅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줌 세대는 온라인으로 학교생활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고 있는 초중고·대학 신입생, 재택근무와 줌년회(줌+신년회), 줌무식(줌+종무식)을 접하게 된 신입사원들이다. 비대면으로 새로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은 과거와는 다른 시대의 변화를 예고한다.

    ▼기성 세대는 줌세대의 등장이 불편하기도 하다. 부모는 코로나19로 아이가 당연히 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추억을 빼앗긴 기분이고, 직장 상사들은 비대면이 어색하고 신입사원들이 회사 공동체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정작 줌세대들에게 비대면은 변화가 아닌 일상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만나야 하는 친구들을 줌을 통해 맨 얼굴로 만날 수 있고, 직장인들은 편안한 비대면 회의로 시간 사용에도 효율적이고 편리하고 존중 받는 느낌을 받는다.

    ▼사회는 움직이는 것이다. 무조건 얼굴을 마주해야 좋다는 전통적인 공동체 문법은 이제 사라졌다. 줌세대 등장으로 형식적인 만남은 축소되고, 꼭 필요한 만남은 남을 것이다. 상석이나 의전을 논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 문화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상황이지만, 우리에게는 보다 좋은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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