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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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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시인(詩人)- 안도현

  • 기사입력 : 2021-01-21 08: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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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속에

    보일러가 들어있다 뜨거운 물이

    겨울에도 나무의 몸 속을 그러렁그러렁 돌아다닌다


    내 몸의 급수 탱크에도 물이 가득 차면

    詩, 그것이 바람난 살구꽃처럼 터지려나

    보일러 공장 아저씨는

    살구나무에 귀를 갖다 대고

    몸을 비벼본다


    ☞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보일러가 돌아갑니다. 그러렁그러렁 보일러가 돌아갑니다. 겨울나무에도 보일러가 돌아가는데 봄이 오는 계절에는 어떨까요. 그러렁그러렁, 아마 보일러가 더 세차게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몸속에는 모두 급수 탱크가 있어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급수 탱크의 물로 우리 몸을 그러렁그러렁 데우겠지요. 시인은 나무속에 차 있는 물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겠지요. 봄의 급수 탱크에는 뜨거운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뜨거운 물로 살구나무도 꽃을 피우겠지요.

    보일러 공장 아저씨처럼 우리도 살구나무에 귀를 갖다 대고 몸을 비벼봅시다. 그러렁그러렁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봅시다. 봄 살구나무처럼 詩가 펑펑 터져 나올는지요. 바람난 살구꽃처럼 펑펑 터져 나올는지요.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보일러가 돌아갑니다. 귀를 갖다 대고 몸을 비벼봅시다. 詩란 이렇게 터져 나오는 생명의 소리이겠지요.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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