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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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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아동학대 대처, 정보공유 시스템을 생각할 때-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1-01-10 19: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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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듭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던져준 경각심과 각계의 절박한 제도 보완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약칭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안이 지난 8일에 비로소 국회를 통과했다.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정치권이 어찌 된 셈인지 요 며칠 사이에 긴박하게 움직여 이뤄낸 성과이다. 여기에는 그간의 여러 아동학대 사건 중에서 특히 입양 영아 ‘정인’ 양 사망 사건의 영향이 컸다. ‘미안해’ 챌린지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공분을 쏟아낸 시민과 한 TV 방송 프로그램이 그 촉매제로 작용했다.

    어쨌거나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은 기존의 관련 발의안들을 검토한 후 법사위가 대안으로 묶어 마련하였던 것으로, 거기에는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중요한 개선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한두 가지에 우선 주목하면서, 앞으로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여 아동의 학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덧붙여 힘을 기울일 바가 무엇이겠는지 잠깐 살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동학대 사례, 특히 학대가 의심되는 사례에 대한 전문 정보를 관계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인 양 사건에서 가장 공분을 샀던 지점이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였다. 세 차례나 거듭되었던 신고에 따른 조사에서 매번 아동 학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내사를 종결하거나 무혐의 처리를 함으로써 아이를 구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경찰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기본 조건이 갖춰져 있지 못했던 때문이라 여겨진다. 학대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했거나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로 임한 탓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학대 여부에 대한 경찰의 궁극적인 판단을 뒷받침할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했던 점에 있었다고 본다. 경찰에만 비난을 집중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는 얘기이다.

    신고자가 제공한 정보와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이 제공한 정보가 있었을 것이지만, 이들이 축적되어 앞선 조사에서 취득한 정보가 후속 조사와 판단에 도움이 되었다는 흔적은 없다. 세 차례 각각 담당관이 달랐다는 보도도 있다. 어린이집 교사,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 아이를 진찰했던 의사 등이 각각 지녔던 정보가 충실히 공유되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이번 개정 법률에서 이러한 문제점의 불식을 겨냥한 조항을 일부 추가하고 있는 점은 매우 다행이다. 수사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현장 조사 결과를 상호 통지하도록 한 것이 그 하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대목은 이렇게 교환한 정보를 통합 관리할 책임 주체와 수단을 명확히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보관리 이전에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긴 하다. 전문성 있는 정보의 생산이 그것이다. 이에는 정보 취득 자체를 어렵게 하는 상황이 첫 번째 걸림돌로 작용한다. 사생활이나 인권을 앞세운 가해자의 협조 거부나 방해, 담당 경찰 관리의 아동학대 감수성과 전문지식 부족 등이 한 원인이다. 게다가 순환보직인 전담 공무원과 열악한 처우와 위험한 근무조건으로 이직률이 높은 아동보호 전문기관 직원 등의 처지도 문제다.

    이번 개정 법률에서 사법경찰 관리와 전담공무원의 현장조사 및 응급조치 권한 강화, 학대 행위자의 협조의무 위반이나 업무방해에 대한 처벌 강화, 문제 사정 방법·법제도·대응절차 등에 관한 담당자 교육 의무 등을 추가한 것도 이런 점들을 겨냥했다고 본다. 정보공유시스템은 이와 같은 정보 취득 장애요인 제거를 기본 전제로 삼는다. 그러고 보니 홀트의 사후관리자나 정인이를 진료했던 의사가 이 아동이 피학대 의심 사례였음을 인지했던지 궁금해진다. 만약 그 점을 인지하지 못하여 엉뚱한 판단이나 진단소견을 냈다면, 이것도 정보공유시스템 불비가 낳은 비극이다.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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