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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부캐와 N잡러- 주재옥(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1-04 20: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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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스트레스 완화에 좋은 차가 있대. 연차, 반차, 월차!”. 최근 식품기업 대상이 광고에 조미료 브랜드 ‘미원’의 부캐(부캐릭터) 흥미원을 등장시켰다. 회사에서 휴가 쓰는 상황을 ‘차(茶)’와 ‘골라 타 먹을 맛 난다’에 비유하며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흥겹게 풀어냈다.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기업이 ‘부캐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부캐는 현대인들의 고단한 현실과 닿아 있다. 소수는 본캐(본래 캐릭터) 외에도 부캐를 가져야만 생활을 유지하는 ‘N잡러’로 살아간다. N잡러는 다양한 직업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활동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N잡러의 유행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내가 여기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해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불안한 미래’가 직업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N잡 문화는 일자리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를 뜻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이를 방증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들이 단기 연주자를 부르는 데서 유래된 용어다. ‘긱잡(gig job)’을 하는 근로자는 고용 불안과 임금 정체를 겪기도 하지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는 자유와 유연성을 보장받는다. ‘이왕 한 번뿐인 삶, 나다운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투영된 현상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세대에게 성장은 더는 승진이 아니다. 자아성취를 위해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하며 행복을 누린다. 때론 부캐를 위해 본캐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미국 심리학자인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는 전문성을 쌓고 일로서 자아실현도 이루는 삶을 살고 싶다면 밥벌이, 경력, 천직 순으로 발전시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본캐가 바탕이 된 부캐야말로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주재옥(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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