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생활 속의 풍수지리] 동방오현 중 으뜸인 김굉필

  • 기사입력 : 2020-11-20 08:11:32
  •   
  •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에 풍수가 뛰어난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1454~1504)의 고택과 묘, 그리고 그를 기리는 도동서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이 심한 요즘 산천의 정기(精氣)를 받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김굉필의 11대손인 김정제(1724~1794)가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서흥김씨(瑞興金氏)의 동족부락이 형성됐으며 고택 안에는 선생의 불천위(不遷位·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제사를 모시는 ‘광제헌’과 국령으로 건립된 ‘가묘(家廟·한 집안의 사당)’가 있다.

    김굉필은 광해군 2년(1610) 9월에 동방오현(東方五賢)이라 불린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유학자 중 한 사람이다. 성리학의 심오한 경지까지 이르렀다는 당대의 평가와 함께 특히 스승인 김종직에게 소학을 배운 이후로 스스로 ‘소학동자’로 자처할 만큼 소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정몽주와 길재, 김숙자, 김종직으로 이어진 유학의 맥은 김굉필과 그의 제자인 조광조로 이어졌다. 1504년(연산군 10년) 임금을 능멸하는 행위와 어머니 윤씨의 폐위 및 사사에 대한 보복의 차원에서 대신들을 처벌한 ‘갑자사화’ 때 순천에서 사약을 받았다. 그의 나이 51세 때였다.

    백두대간에서 이어져 내려온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가지 줄기에 속하는 대니산(407m)이 주산(뒷산)으로 용맥(산줄기)의 힘차고 튼튼한 가장 중심 부분에 고택의 터가 있다. 지기(地氣·땅기운)가 대단히 좋은 곳이다. 마을 진입로는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해 생기가 쉽게 새지 않으며 일자문성사(‘一’자형 산)인 안산(앞산) 겸 내청룡(마을 안쪽 좌측 산)은 마을을 감싸며 생기를 품고 있고, 내백호(마을 안쪽 우측 산)는 촘촘히 늘어선 나무들이 비보목(裨補木)이 되었다. 외청룡과 외백호는 마을 바깥의 대로 부근까지 뻗어 흉풍과 소음 및 미세먼지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있지만 마을을 온전히 두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러나 마을 초입의 허한 곳에 ‘용흥지(龍興池·천연기념물 제453호)’가 있어 그 부족한 부분을 모두 메우고 있었다. 저수지가 비보(裨補·나쁜 기운을 막아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용흥지는 용이 승천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을 형국은 천리를 달려온 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는 ‘갈룡음수형(渴龍飮水形)’이다.

    대문 밖 넓은 터에는 수령 400년의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은행나무가 고택을 직접 치는 바람과 먼지를 막아주고 있으니 이 또한 비보목(裨補木)이 된다. 실제로 노거수(老巨樹·수령이 오래된 거목)가 있는 장소는 오랜 세월 동안 풍상을 겪으면서도 튼튼히 성장했기에 ‘명당’인 곳이 많다. 고택의 가장 뒤쪽에 위치한 가묘는 ‘ㄴ’자로 땅을 절개해 지었으며 땅심을 돋우고 계곡풍을 막도록 대나무를 식재했다.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9개 한국의 서원 중에 달성군 ‘도동서원’이 있다. 경사지를 ‘ㄴ’자로 깎아 일렬로 건물을 배치하고 진등산과 낙동강이 배산임수(背山臨水)한 서원이다. 땅기운이 뛰어난 곳으로 김굉필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자 그의 외증손자인 한강 정구가 중건했으며, 기념식수한 수령 400년 된 은행나무가 서원 앞에 웅장하게 서 있다. 흔히 학자수(學者樹)라 불리는 은행나무는 공자가 은행나무 단(壇)에서 제자를 가르쳤다 하여 서원마다 심었다.

    서원 좌측으로 800미터 정도 올라가면 가장 위쪽에 한훤당의 배위(配位) 정경부인 순천박씨의 묘가 있으며 아래로 내려가면서 한훤당 김굉필 묘, 손자인 대(垈)의 묘가 있고, 좌측으로 45도 틀어 한훤당의 셋째 딸 숙부인(淑夫人)의 묘, 넷째 아들 언학(彦學)과 배위(配位) 고령박씨의 묘가 차례대로 있다. 조선시대에는 터가 좋은 곳이면 ‘혈처(穴處·정기가 모인 자리)’를 위시해 내리 쓰는 경우가 꽤 많았다.

    한훤당의 묏자리가 혈처지만 그 외의 묘도 그에 못지않다. 비록 좌청룡과 우백호는 낮고 안산과 조산은 멀어 흠결은 있지만 나무가 보완하고 있고, 본신(本身·산의 중심 줄기)이 뻗어 내려와 혈을 맺었기에 근본을 갖추었다. 이를 두고 ‘산유조길래(山有祖吉來·산이 근본을 갖추면 길함이 온다)’라 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