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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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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창동 허새비- 정기식(창원시정연구원 경영지원실장)

  • 기사입력 : 2020-11-10 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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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운동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크게 높아지면서 시민운동의 한 영역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지역의 환경운동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계기로 마·창지역 시민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보장받기 위하여 구성된 ‘마·창 공해추방 시민운동협의회(마창공추협)로 시작된다.

    그러나 환경운동의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공업화와 도시화로 죽음의 바다로 변한 마산만을 가슴 아파하며 마산의 지킴이로 자처한 시인이 있었다. 창동 허새비로 불리는 이선관(李善寬) 시인이다.

    시인은 1942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젖먹이 시절 잘못 먹은 탕약으로 평생 아픈 몸을 안고 살았다.

    그는 불편한 몸이었기에 특히 상처받고 고통 받고 죽어 가는 것에 민감했다. 고향 마산은 공기가 맑고 물 좋은 고장이었다. 그러나 한일합섬과 마산수출자유지역 등으로 산업화되어 오염과 공해로 죽어가는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슬퍼했다. 시인은 당시 환경운동이 싹트기도 전 환경시, 또는 생태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독수대(毒水帶)’를 발표했다. 그해가 1975년 10월 14일. 그는 허새비가 아니라 선각자였으며, 탄광의 일산화탄소 경고음을 울리는 시대의 ‘카나리아’였다.

    바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따이 이따이// 설익은 과일은/ 우박처럼 떨어져 내린다/이따이 이따이// 새벽잠을 설친 시민들의/ 눈꺼풀은 아직 열려지지 않는다/ 이따이 이따이//비에 젖은 현수막은 / 바람을 마시며 춤을 춘다/ 이따이 이따이// 아아 ! /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

    당시 마산만은 생명체가 살수 없는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었고 시인은 수년에 걸쳐 연작시 ‘독수대(毒水帶) 2, 3, 4, 5’를 발표했다. 그는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뿐 만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독재에 저항하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시집 ‘창동 허새비의 꿈’ 책머리 글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나라를 사랑하고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지 않으면 그런 시는 시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태어나 마산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고, ‘마산은 항구지만 바다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던 시인은 누구보다도 마산을 사랑했으나 2005년 12월 14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독수대로 불리었던 마산만에 민주화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러 최근 꿈만 같은 희소식이 전해진다. 지난 9월 27일 남천과 창원천에 50년 만에 은어가, 이후 11월 2일에는 연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창원지역 하천에서 연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어는 1급수 하천에 사는 물고기로 우아한 자태는 가히 물속의 귀족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물고기는 겨울철 연안에서 치어기를 보내고 봄철에 하천으로 올라가 성장하고 가을철에 하류로 내려와 산란한 후 죽는 1년생 어류다. 연어는 강에서 산란하여 치어는 거의 1년 동안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내려간다.

    이후 넓은 대양을 거쳐 자신이 태어 난 모천으로 3년 만에 돌아온다는 신비의 물고기다. 창원천에서 발견된 연어는 섬진강과 태화강 등에서 방류한 치어가 마산만을 지나 하천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창동 허새비 이선관 시인이 생존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참 기뻐했을 일이다.

    이번 주말, 마산 창동 어울림센터에서 ‘이선관 시인 15주기 추모 문학심포지엄’ 행사를 비롯해 거리문화 공연 등 축제가 열린다. 은어와 연어가 돌아온 후 처음 열리는 ‘창동허새비축제’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여 고인의 뜻을 기리고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

    정기식(창원시정연구원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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