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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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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학교혁신과 학교장- 김성열(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

  • 기사입력 : 2020-11-08 20: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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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열 경남대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은 사회변화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를 혁신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방교육자치제가 진전되면서 시·도교육청들은 지역마다 특색있는 학교혁신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학교혁신은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를 높이기 위하여 학교의 구조와 기능, 학교구성원들의 역할과 상호관계, 학교의 문화와 풍토, 학교교육프로그램과 학사일정, 재정 운영 등 학교 전반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학교혁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를 높이는 것이요, 중간적 지향점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혁신은 먼저 제도의 변화, 구조의 개편 등으로 시작한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나 학교 내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화하는 것들은 학교혁신에 요구되는 학교구성원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이 점에서 학교혁신을 위해서는 단위학교에 대한 교육행정기관의 행정체제를 개혁하거나 학교 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같은 제도적 측면의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필요조건이나 전제조건에 불과하다. 학교구성원들이 그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집단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도와 구조개혁으로 나타나는 학교혁신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의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교장과 교사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 주체들의 학교혁신을 위한 역할의 변화이며, 그러한 변화에 걸맞은 역량을 개발하고 혁신의 의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혁신에는 학교 구성 주체 중 누구보다도 학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학교장이 학교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다른 학교 구성원들을 학교혁신에 헌신하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혁신을 위한 교장의 역할 수행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가 교장의 역할수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 학교민주주의가 진전되고 구성 주체들의 권리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통했던 학교장의 지위상의 권한은 이제 그 효력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교장선생님들이 흔히 하는 ‘그 좋은 시절에 교장 한번 못해보고, 이 좋은 시절에 교사 한번 못해본다’는 말이 그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제 학교장 직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학교장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자동적으로 교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질서 속에서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누구든 교장 할 수 있고, 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최고경영자로서 전문 경영 능력이 요구되며 말로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장의 지위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이고, 힘든 자리라는 미국의 사례가 점차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교장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이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적합하지 못한 사람이다.

    학교혁신을 위해서는 학교장은 좋은 학교에 대한 비전을 창출하여 제시할 수 있는 능력, 그러한 비전을 실현시킬 전략을 설계하는 능력, 그 비전에 뜻을 같이하며 비전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 학교구성원들로 하여금 비전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화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교장이 단순히 지위 권력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학교장은 자신의 지위와 학교구성원에 대한 인식과 자세를 전환해야 하며, 역할 수행 역량과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김성열(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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