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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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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규제 혁파로 기업가 정신 고취해야-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1-01 20: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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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시골집 텃밭 고구마를 수확했는데 씨알이 예년에 비해 확연하게 굵어져서 그 비결을 곰곰 생각해보니 밭이랑의 북을 높이 돋우고 거름을 넉넉하게 주는 등 생장 환경을 더 세심하게 조성해준 덕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듯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작물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0여년간 산업현장에서 기업들과 함께해온 필자는 기업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지원기관들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독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장기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는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에 신바람나는 분위기를 조성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함으로써 경제 활력 회복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을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정의하면서 1996년에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으나, 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기업가 정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1981년 183.6이던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 지수는 2018년 90.1로 나타나 절반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이러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매우 촘촘하고 복잡다단한 규제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예전에 골프장 하나를 건설하는데 780개의 도장을 찍었다는 얘기가 회자된 적이 있는데 그 ‘규제 백화점’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산업현장 곳곳에 드리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실제로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들을 보면 기업경영과 투자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각종 규제가 항상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인허가 리스크에 의해 투자자금 조달이나 사업추진 일정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신산업 진출이 차단되고, 혁신적 아이디어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규제가 기업가 정신을 쇠퇴시키고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오고 있으나 새로운 규제가 옛 규제를 대체하는 ‘규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으며, 행정처리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적극행정 면책제도도 행정 일선의 관행과 복지부동, 무사안일주의에 막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와 행정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신산업 육성과 한국형 뉴딜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규제 프리존, 네거티브 규제 등 과감한 규제 개혁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일선 행정 관서에서도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 신산업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가와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행정 서비스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혁파 대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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