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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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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택배기사 극단선택, 다시는 없어야

  • 기사입력 : 2020-10-21 20: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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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에서 50대 택배기사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를 못 견디고 극단선택을 했다. 올 들어 전국에서 벌써 11명째 희생이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진작 사라졌어야 할 노동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극단선택을 한 진해 택배기사는 가주동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해 왔다. 그는 유서에서 “대리점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 직원을 줄이고 수수료 착복과 시설투자를 뒤로 해서 생긴 부담을 기사들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차량구입비와 투자비가 들어갔지만 적은 수수료, 세금 등을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었다. 이곳은 기사를 투입하지 말아야 했다”고 대리점을 원망했다. 그의 절규에 조금만 귀 기울였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황망하게 보내는 일은 없었을 테다.

    이 사건은 결국 로젠택배의 구조적 문제와 대리점 갑질, 열악한 노동환경 등 3요소가 빚은 비극이다. 이 회사 택배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입사 과정에서 선임자 권리금 약 300만원, 대리점 보증금 500만원을 각각 지불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물량이 적어 월수입이 고작 200만원 밖에 안 나는 열악한 구역이었다. 대리점이 직영해야 하는 곳이었지만 무리하게 기사를 채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택배사는 후임자를 직접 구하도록 종용하는 등 고인을 압박했다. 택배 대리점은 이익에만 눈멀어 기사에 대한 배려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었던 셈이다.

    특히 로젠택배는 다른 택배사와 달리 일부 무노조 대리점에서 분류 하차비와 전기료, 운영비 등을 택배기사들로부터 매달 걷어왔다고 한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이런 갑질은 관리감독을 통해 반드시 추방시켜야 한다. 아울러 최근 잇따르는 택배기사 과로사·극단선택의 주된 원인인 ‘공짜 분류작업’ 문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지난 추석을 앞두고 배송거부를 밝힌 분야도 바로 분류작업이었다. 배송작업에 앞서 4~5시간 무임금으로 진행되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택배노동자의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당국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택배노동자 권익장치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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