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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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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종교와 과학의 경계에서-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0-10-13 20: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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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를 극단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끝을 아직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초기 확산의 주된 감염원이 대구 신천지교회였고, 이후로도 교회를 통한 전파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과학과 의학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종교와 과학이 별개일지라도, 기독교와 과학적 사실이 상충하는 몇 가지 사례부터 보자.

    첫째, 천지창조와 인간의 탄생에 관한 ‘창세기’의 내용은, 우주(지구)의 탄생에 관한 과학적 견해와는 큰 차이가 있다. 성경의 연대기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하여 천지창조는 기원전 4004년, 대홍수는 기원전 2348년, 모세의 출애굽은 기원전 1446년에 해당한다고 한다. 물론 현대의 과학적 견해는 ‘창조론’이 아니라 ‘진화론’이다.

    둘째, 과학은 16세기부터 종교, 특히 가톨릭교회와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가톨릭의 우주관에 대한 최초의 도전은 1543년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가 제창한 태양중심설(지동설)이다. 프톨레마이오스부터 무려 1500년간(아리스토텔레스부터 계산하면 1800년)이나 천동설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그의 지동설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가톨릭의 저항은 극렬했다. 지구를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기존의 종교적 원리가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교회는 1600년 지동설을 지지한 이유로 시인인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를 화형에 처했고, 1616년 코페르니쿠스의 책을 판금시켰으며, 1633년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에게 종교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다. 로마 교황청은 360년 뒤인 1992년이 되어서야 갈릴레오를 복권시켰다.

    셋째, ‘종의 기원’(1859)의 저자 찰스 다윈(1809~1882)은 원숭이가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는 진화론으로 사람들의 눈총과 비난을 받았지만, 한 번도 신을 부정하지도, 과학자는 곧 무신론자라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다. 그랬던 그가 8살 난 딸 애니를 잃고 비로소 하나님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순수했던 딸의 죽음 앞에서 그는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됐다. 신은 인간이 죽고 사는 문제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딸의 죽음을 통해서 생의 부조리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반면, 당시 그와 학문적 경쟁자였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1823~1913)는 당시 종교계의 철칙이었던 ‘창조론’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다윈은 ‘창조론’을 과감히 버리고 ‘진화론’을 주장했다. 아마 다윈이 신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었던 것도 딸 애니를 지켜주지 못한 신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사태 초기 신천지교회를 필두로 수많은 교회들이 비판의 주된 대상이 됐다. 온 나라가 수십 명이 모이는 집회도 모두가 자제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대형집회까지 연 게 지탄의 이유였다. 그러나 8·15광복절 집회를 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경우 사회의 정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다 정치방역의 희생양이 됐다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초기 주범은 중국 우한시가 초토화된 것을 보고서도 종교집회 금지와 입국거부 등 초기대응을 어설프게 한 정부다. 8·15 전후로 재발된 2차 확산의 주범도 정부였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여러 가지 정책을 폈고 외식·영화관 할인권 등의 카드를 꺼냈을 뿐만 아니라,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이날은 대통령선거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 즉 드루킹사건에 대한 김경수 경남지사의 결심공판 예정일이었다).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존 레논이 ‘이매진(Imagin)’에서 평화의 메시지로 외쳤던 이런 가사가 퍽 와닿는다. “상상해 보라. 국경 없는 세상을/ 누굴 죽이거나 죽을 이유가 없는/ 종교도 없는…/ 상상해 보라.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을 함께 누리는…”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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