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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개발과 보존의 쌍두마차-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10-13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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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바다마다 색감이 다르다. 동해가 용맹한 전사의 이미지라면 서해는 시인묵객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 고동색에 가까운 물색으로 인해 황해로도 불리는 것처럼 서정적 시심을 불러일으킨다. 두 바다에 비해 남해는 예술적 감흥을 불러온다. 사천실안 낙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감성의 방아쇠를 건드린다. 그래서인지 이런 아름다운 낙조의 풍광을 품은 남해에는 국가지정 해상공원이 있다.

    1968년 12월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전남 여수시에서 사천·거제·통영시와 하동·남해군까지 2개 도, 4개 시, 2개 군에 걸쳐 있다. 한려(閑麗)는 한산도의 ‘한(閑)’자와 여수의 ‘여(麗)’자에서 연유됐다. 510.32㎢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거제해금강지구, 통영·한산지구, 사천지구, 남해대교지구, 상주·금산지구, 여수·오동도지구 등 6개 지구로 구분 관리되고 있다. 지정된 지 68년이니 벌써 세기의 반을 지났다. 바다 면적은 344.76㎢, 섬을 포함한 육지 면적은 165.56㎢이다. 여기에 속한 95개 섬 중 유인도는 38개, 무인도가 57개다. 지역별로는 통영시가 203.9㎢로 가장 넓다. 다음은 거제시 170.5㎢, 남해군 74.12㎢, 여수시 28.9㎢, 사천시 26.7㎢, 하동군 6.2㎢ 순이다.

    환경부가 한려해상국립공원구역 조정을 위해 마련한 제3차 국립공원 계획변경안에 주민 감정이 끝내 분출됐다. 반세기를 넘는 기간 동안 인내했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반발이다. 구역조정에 대한 반발이 지역마다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중에서 남해의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려수도에 편입된 면적으로 보면 6개 중 세 번째인데 반발의 수위는 왜 가장 높을까. 원인은 구역 내 마른 땅의 비율에 있다. 이번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안에 포함된 남해군 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정면적 68.913㎢ 중 육상부 면적은 무려 59.4%다. 인근 통영(20.3%)과 거제(20.6%)에 비해 현저히 높다. 절반 이상 다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구역조정안에 쉽게 수긍할 분위기가 조성될 리 만무하다.

    남해군은 당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천·고현면 일원 22.21㎢와 상주·이동면 일원 46.69㎢)내 일부 지역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상지로 포함된 곳은 남해대교지구 50여 필지에 불과했다.

    상주금산지구는 아예 해제 대상지가 없다. 반면 고현 차면 이락사 뒷편 임야와 이동신전~금산~내산~천하구역 공원경계를 기준으로 국립공원 편입이 계획돼 있다. 주민 생계와 직결되는 공원구역 경계지역 농지 등은 대부분 해제대상지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고 보면 그 반발에 이해가 간다.

    국토를 유지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개발제한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과 같은 사유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억울한 목소리는 더 크게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나 문화재보호구역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그들은 국가라는 강력한 통치조직에 평생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한 민초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똑똑하다는 이들이, 힘이 있다는 이들이, 전문가라는 이들이 그들만의 목소리로 이리 긋고 저리 그어 만든 구역에 영문도 모르고 편입돼 그들의 눈치를 다시 살피는 신세다.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열 필요가 있다. 환경오염방지기술도 지정 당시보다 현저히 높아진 현실과, 문화재보존과 관리기법이 예전보다 확연히 높아진 현실을 감안해 그간 ‘묶어만 놓은’국토의 이용과 관리방안을 탄력적으로 재조정할 시점이다.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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