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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 시대, 행사 딜레마

  • 기사입력 : 2020-09-22 2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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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부터 챙긴다. 만약을 대비해 겉옷 주머니마다 마스크를 넣어 뒀고 차에도 예비용 마스크를 쟁여두고 있다. 취재를 위한 기관 방문 때 마스크가 없어 겪는 낭패를 피하기 위한 내 나름의 대처법이다. ‘언택트’니 ‘팬데믹’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가 익숙해지고 주먹을 부딪치는 새로운 인사법이 이제 낯설지 않다. 관공서나 가게에 들어설 때 이름을 적고 체온을 측정하는 희한한(?) 상황도 이제는 거부감이 사라졌다. 돌아보면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6개월 동안 사는 방법이 너무도 많이 변했다.

    생활이야 그렇다 쳐도 코로나19가 먹고 사는 생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심각한 수위를 넘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며 두 딸을 키우는 한 친구는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 상황을 “이미 목구멍을 넘어섰다”고 표현했다. 그 친구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주기에 더 깊은 사정을 묻지는 않았다.

    본지 21일자 5면에 게재된 ‘고성군 청소년센터 개관식’ 기사와 관련해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로비 계단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학생들과 개관식 참석자들이 서로 몸이 겹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진을 지적했다. 군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생업까지 포기하는 마당에 행정에서 이런 행사를 진행해도 되느냐는 볼멘소리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성군은 정부가 제시한 지침을 준수해 개관식 행사를 가졌다. 단지 무대 공연 때나 일부 이벤트에서 참석자들 간 거리가 좁혀졌고 그 장면이 보도사진으로 사용됐을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코로나19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군민들의 입장에선 거슬리는 장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변변한 대답을 해주진 못했다.

    역으로, 고성군도 코로나19의 주요 피해자임에 틀림없다. 고성군은 올해, 매달 1회씩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전국 동호인이 참석하는 핀 수영대회, 고성 아이언맨 대회, 올해 처음 개최하는 전국당구대회, 전국고교축구대회, 역도대회 등이 달마다 포진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틀어졌다. 일부 대회를 관중 없이 진행하기도 했지만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당초 목적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각 지자체의 행사와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고 ‘대면’이라는 단어는 금기어가 됐다. 그렇다고 행사를 마냥 취소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지자체의 고민은 더 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다. 내년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호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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