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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이 초록별에 무슨 짓을 했는가- 이이화(연구공간 파랗게날 대표연구)

  • 기사입력 : 2020-08-24 20: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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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초록별’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은 예사롭지 않은 ‘변질’에 맞닥뜨렸다. 6월 24일 시작된 장마가 8월 16일까지 무려 54일간 지속되어,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한반도의 기후에 유례가 없는 ‘우기’를 가져왔다. 아열대기후에나 있을 법한 현상이다. 물 폭탄으로 아수라가 된 곳곳에 미처 손길도 닿기 전에 들이닥친 불볕더위로 밤낮 맥을 못 추고 있다. 낯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흉흉한 마음에 더한 근심 걱정이 말이 아니다. 무엇을 느껴야 하고, 이것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첨단과학이 지금껏 밝힌 바로 지구는 우주 전체에서 독보적이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초록별. 생명체가 살아남기에 적합한 조건을 지닌 유일한 행성. 우리가 광막한 우주의 숱한 별들 중에 이 행성에, 또 숱한 생물 종 중에 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사람 속-사람 종으로 분류되는 슬기슬기사람(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으로 만난 것이 얼마나 특별한가! 이런 지구도 언제나 항구여일하지는 않다.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 행성들은 성간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원시성운이 급작스레 중력붕괴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한 방사성연대 측정법은 지구의 나이를 45억년으로 밝힌다. 지구가 탄생하고도 한참 뒤인 530만~160만 년 전에야 ‘영장목’ 중 ‘사람과’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남쪽의 민꼬리원숭이(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프리카 대륙에 나타나 진화해 오다가, 약 200종에 이르는 영장목의 한 종인 현생인류의 동류인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가 등장한 것은 겨우 20만~1만 5000년 전으로 여겨진다. 장구한 지구의 존재 중 인간의 출현은 극히 한 조각이다.

    그동안 지구는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동안 생물체의 탄생과 진화, 멸종을 거듭해왔다. 조그마한 체구의 인간이 다양한 생물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 지구를 좌지우지하게 된 것은 대단하다. 그렇다면 뒤늦게 동승한 인간이 이 별에 남긴 것이 무엇일까?

    지구가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한 지난 1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매년 0.0004도가량씩 높아진 데 반해, 최근 100년 동안은 매년 0.01도 이상씩 올라 변화가 가팔라졌다. 게다가 한국의 기온상승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 기온 증가율이 세계 평균보다 1.9~2.6배 높음을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보인다.

    기온상승은 지구대기에 편입되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속도에 비례하는데, 이는 근대 이후 왕성한 산업 활동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한 100년간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우리는 바쁘고 부지런히 살아왔다. 남들보다 잘살아보자는 의지가 100m 주파하듯 숨을 삼키고 앞만 보며 달리게 했다. 그러고 살 만큼 되었으니 성취는 이룬 셈이다. 그러다 둘러보니 그 대가로 주변은 제 모습을 잃고 있다. 병을 앓고 있다. 꽃다운 꽃도 느끼지 못한 채 봄은 실종되고 유례없는 바이러스가 일상을 정지시켰다. 돌변한 기후는 온화한 온대지역을 거친 아열대 기후로 몰아넣었다. 우리가 동승한 이 초록별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나부터 마음이 바쁘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묻혀서도 수십 년 말짱하다는 비닐조각과 바다로 흘러가 아가미를 막는다는 갖가지 스티로폼을 골라내고, 종잇조각을 찾아 온돌아궁이에 넣고, 음식물쓰레기를 텃밭 가장자리에 모아두는 것으로도 보탬이 될까? 또 무엇이 있을까? 대기층을 두텁게 뒤덮는 온실가스에 더하지 않도록 차를 두고 웬만하면 걸어 다닐까? 또…? 77억9500만 지구촌 ‘사람종’ 하나하나의 기원이 모이면 이 초록별 지구가 되살아날까? 기회는 아직 남았는가? 두 손 모은다.

    이이화(연구공간 파랗게날 대표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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