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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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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마을의 행복한 변화, 마을리조트- 김태영(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 기사입력 : 2020-08-18 2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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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농산어촌은 오랜 기간 인구유출, 고령화를 겪으면서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귀농·귀촌·귀어 가구 유입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사례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트렌드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수도권이 인구의 절반을 넘는 일극체제이고, 지방의 경제와 인구는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정주인구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는 체재·교류인구 증대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정주인구 1인당 연간소비액을 관광객의 소비액으로 대체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개념인데 일본은 지방관광 활성화와 복수의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관광루트 추진으로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특히 마을관광 활성화 사례인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미이지구의 ‘마을 통째로 호텔’이 대표적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로서, 주민 협의체가 150년 된 억새지붕의 가옥, 주민이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조리하는 식당, 자전거 골목 투어, 마을 재배 허브오일 마사지 서비스 등을 단일호텔의 시설 및 서비스처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올해 강원도 정선군 고한에서 ‘마을호텔 18번가’가 개장했다. 오랜 기간 폐광지로 쇠퇴하는 마을을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폐가였던 집은 호텔프런트, 한우전문식당은 객실, 고한로터리클럽 사무실은 세미나룸으로 리모델링했고, 기존 중국집, 연탄구이 식당 등은 레스토랑이 되는 450m 골목의 모든 자원들을 마을호텔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재생시켜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정리해보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호텔은 수직으로 치솟은 호화로운 건물에 층별로 세미나, 레스토랑, 휘트니스센터, 사우나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마을호텔은 건물 중심의 수직 호텔을 공간 중심의 수평 호텔로 전환한 개념이다. 마을회관이 호텔 프런트가 되고, 골목은 엘리베이터, 다양한 형태의 여관은 객실, 동네의 카페·식당·빵집은 F&B(Food & Beverage), 마을 목욕탕은 사우나, 책방은 세미나실, 계곡은 수영장, 마을 공동체가 종업원이 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을의 소박한 삶과 문화를 볼 수 있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정(情)이 있어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호텔이 되는 것이다.

    지금 관광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언제 회복할지 알 수 없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개방된 공간에서 생태, 문화를 체험하는 로컬투어는 관광산업 활성화의 대안이 되고 있다.

    로컬투어의 새로운 트렌드인 마을호텔에 정부의 한국판 뉴딜, 그리고 인근 관광시설·관광지까지 공간적으로 확장시킨 ‘스마트 마을리조트’ 육성을 추진해 보면 어떨까?

    이미 경남은 독일마을, 동피랑마을 등 인지도 있는 마을과 농촌체험, 산촌생태마을 등 약 179개의 마을이 지정되어 있다. 그중 주민협의체의 추진 의지가 강하고 다양한 자원을 보유한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호텔의 테마와 디자인 콘셉트를 설정하고, 친환경 소재·에너지, 스마트 관광플랫폼 등 그린, 디지털 뉴딜을 시설과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전시관, 박물관, 테마파크 등은 마을호텔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접근성 증진을 위해 전기차, 전기자전거 등의 그린 관광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마을호텔과 관광지·관광시설이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인 ‘경남형 스마트 마을리조트’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 마을리조트에는 테마가 다른 몇 개의 마을호텔이 들어올 수 있으며, 인근 관광자원에는 문화예술회관, 스포츠센터 등 지역주민의 여가시설도 확대 포함될 수 있다.

    마을이 관광거점이 되고, 지역의 삶과 문화에 더욱 초점을 둔 ‘경남형 스마트 마을리조트’는 지방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태영(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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