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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시낭송콘서트, 여름바다에 빠지다- 김정희(거제시문화예술재단 경영지원부장)

  • 기사입력 : 2020-08-09 20: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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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언택트 상태가 지속되는 답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런 차에 닫힌 일상을 열어젖히는 청량제 같은 공연이 있었으니…, 얼마 전 옥포 수변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된 한여름 밤 ‘해변시낭송콘서트’가 그것이다. 12년 전 거제문인협회 회장이던 양재성 단장 중심의 문학인들로 구성된 케이-포이트리 악단이 주관하는 행사였다.

    저녁 7시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과 함께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문인들이 각자 준비한 애송시 한편은 한여름 밤을 긋고 가는 시원한 소나기였다. 깊어가는 여름밤 속에 객석 한 곳에 마련된 막걸리 파전 파티도 함께 무르익어갔다. 한사람이라도 진심으로 귀담아들어주고 감동을 받는다면 수많은 독자를 가진 인가작가가 무에 부러울까! 시간은 벌써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다 함께 ‘해변으로 가요’를 합창하는 연주자와 관객들은 너나없이 이 시대의 진정한 가객들이다.

    음악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곧바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건물은 그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듯이 시도 마찬가지다. 낭송을 통하여 시의 내부로 들어갔을 때 시의 진정한 감동이 배가되지 않을까. 그 감동은 한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만큼 오래토록 여울져 깊은 맛을 자아낸다.

    케이-포이트리 연주단의 ‘해변시낭송콘서트’는 모처럼 참여자 모두에게 참다운 시인으로의 자긍심을 갖게 해 주었다. 시낭송을 통해 시의 맛을 제대로 살려 시가 활자를 박차고 튀어나와 하나의 생물이 되는 느낌이다. 관객들도 모두가 여름밤의 서정 속에서 아련한 추억속으로 잠겨 들었다.

    무대의 연주자들과 관객은 그렇게 깊어가는 여름밤 무대를 떠나기 아쉬워했다. 수변공원 난간에 줄줄이 전시되어 있는 배너시화들은 돌담 아래 불 밝힌 조명으로 더욱 또렷이 살아나고 있었다. 이제는 하나둘 여름의 어둠 속으로 촐촐히 떠나는 시간. 달빛에 다소곳이 빛나는 시화의 배웅을 받으며…. 이 행사는 분명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詩로 힐링해 주었으리라.

    김정희(거제시문화예술재단 경영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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