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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재첩 사이소!-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07-13 20: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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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첩 사이소!” 어릴 적, 새벽이면 골목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어머니와 함께 작은 그릇을 들고 골목길로 나서면 희뿌옇게 색이 바랜 양철통을 머리에 이고 재첩 사이소를 외치는 아주머니를 만난다. 양철통 희멀건 우윳빛 물에는 새끼손톱만한 재첩들이 가득하다. 삶은 재첩 특유의 향이 뇌리를 강하게 자극했던 그 기억이 새롭다.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의 수심 3m 이내 정도에 모래 바닥을 파고 들어가 사는 강 조개다. 하동지역에서는 ‘갱조개’로 부르기도 한다. ‘갱’은 강의 사투리다. 가막조개, 재치, 다슬기로 부르기도 한다. 한때 낙동강 하구에도 서식했지만 1987년 제방이 축조된 이후부터 거의 자취를 감췄다. 현재 재첩의 보고는 하동과 광양권 섬진강 유역이다.

    ▼재첩은 비타민과 함께 칼슘과 철분, 타우린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래서 재첩요리나 즙으로 짠 것들은 영양가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숙취 해소 등에 효과가 높다고 전해지면서 특히 술국으로도 인기가 많다. 주로 물속의 찌꺼기들이나 플랑크톤을 걸러먹은 것 치고는 가성비가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여파로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는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마다 철철이 열리던 행사나 축제의 취소를 알리는 기사는 뉴스의 큰 물줄기가 됐다. 일정에 있는 대규모 행사를 그대로 시행한다는 소식이 오히려 뉴스가 되는 아이러니한 시절이다.

    ▼23일부터 4일간 하동송림과 섬진강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6회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도 잠정 연기됐다. 2020∼2021년 정부지정 문화관광 예비축제로 선정된 재첩축제는 ‘힐링! 알프스 하동! 찾아라! 황금 재첩’을 슬로건으로 전년보다 하루 늘어난 규모로 치를 예정이었다. 변화무상한 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지만 요즘은 그 불확실성의 수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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