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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정삼조(시인)

  • 기사입력 : 2020-07-01 2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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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삼조 시인

    옛날 어느 날엔가 국어책에서 ‘군자는 옳음에 민첩하고 소인은 이익에 민첩하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었다. 누가 썼는지도 제목도 가물거리고 내용도 거의 잊었건만 유독 논어에 나온다는 이 구절만은 잊히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꼭 군자를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 구절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리라고 믿는다. 시대는 바뀌었어도 세상일에 대한 판단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어느 시대에나 크고 작은 선택의 기준은 항상 어느 것이 옳으냐의 문제로 귀착되곤 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실상 옳음과 이익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익이 있는 일을 해야 의식주를 해결하여 옳음도 세상에 펼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점에서다. 이렇게 본다면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대개가 ‘옳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취하는 삶이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사리(私利)’가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의 당당한 역할을 다함으로써 ‘공리(公利)’에 이바지하는 삶인 까닭이다.

    그 옳음의 경계가 모호한 일도 종종 생긴다. 최근에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발표로 논쟁이 한창인 일이 그런 것이다. 언뜻 보아 같은 일을 하고서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제도의 모순을 고쳐 ‘평등’의 대의를 실현하겠다는데 거기에 반발이 심한 것은 어쩐 일인가. 반발하는 진영의 의견은 ‘공평’하지 않다는 데 있다. 많은 젊은이가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일자리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들이 그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그만큼 없어지는 역차별을 당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어느 의견이 옳은가.

    이런 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성숙해져 가리라고 믿는다.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도출해 보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다. 엄혹했던 일제강점기의 말기에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 ‘서시’에서 이렇게 썼다. 그 시기보다는 훨씬 더 나은 환경에 놓인 우리에게 무언가를 속삭여 주는 것 같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정삼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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