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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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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경남의 선비문화 벨트를 기대한다- 김덕환(경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0-06-24 2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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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휴일에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해서 밀양시 부북면 제대리에 위치한 점필재 김종직의 생가와 선생을 배향한 예림서원을 찾아봤다. 선생은 조선시대 사림의 종장으로서 정몽주와 길재의 학통을 계승하여 김굉필과 조광조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성리학의 도통을 확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다지 붐비지 않는 조용한 예림서원의 건물을 둘러보다가 마침 직방재와 일신재라는 두 개의 현판에 시선이 멈추었다. 직방(直方)은 두말할 나위 없이 ‘주역’의 “경이직내(敬以直內), 의이방외(義以方外)”, 즉 경(敬)으로써 내면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 의(義)로써 외면의 행동을 반듯하게 한다는 데서 따온 말이고, 일신(日新)은 ‘대학’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즉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데서 따온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경북 영주)에 가면 똑 같은 이름의 현판이 있다. 소수서원은 1541년 신재 주세붕이 풍기군수 재임 시절 이 땅에 성리학의 씨앗을 뿌린 고려 말 유학자 회헌 안향을 배향하면서 백운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것이다. 함안군 칠서면 무릉마을에는 선생의 생가와 무산사가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선비정신의 표상이자 경남의 대표인물인 남명 조식의 핵심 사상이 바로 경의(敬義)이며, 그 의미가 또한 직방(直方)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금세 상기할 수 있다. 성리학의 도통을 논하기에 앞서 그 정신이 어떻게 계승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합천군에는 선생의 생가지가 있고, 김해에는 선생이 30년간 강학하던 산해정이 있으며, 산청에는 말년에 후학을 양성하던 산천재가 있다. 어디 이뿐이랴! 함양의 일두 정여창 고택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계서원, 합천의 내암 정인홍과 의령의 망우당 곽재우 유적지, 거창의 동계 정온 고택 등 경남에는 조선의 선비로서 경과 의를 실천한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유적지가 도처에 즐비하다. 밀양에서 김해, 창원을 거쳐 함안, 진주, 하동, 산청, 함양, 거창, 합천, 의령, 창녕으로 이어지는 경남의 선비문화 벨트를 조성하여 경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남의 정신과 경남학을 확산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김덕환(경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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