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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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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은 임기가 있어도 창원은 임기가 없다- 구점득(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20-06-23 20: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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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에서는 전임자가 하던 것을 후임자가 계승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발전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전임이 한 것을 싹 엎어버리기 일쑤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잇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등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역사를 보면 좋은 승계의 선례가 나온다. 독일의 통일을 이끈 기민당 소속 헬무트 콜 총리는 전임 총리의 좋은 정책을 잘 활용했다. 콜 총리는 그 누구도 그로부터 ‘통일의 주역’이라는 타이틀을 빼앗을 수 없게 자신이 직접 역사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콜 총리 이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은 사람은 ‘비전의 정치가’ 빌리 브란트 총리였다. 사민당 소속이었던 그는 패권국가인 미·소가 만든 냉전 질서를 해체하는 ‘동방정책(Ostpolitik)’을 추진했다. 이전 정권이 시행한 동·서독 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 팀 같은 이벤트보다 동·서독 인민의 교류와 동서 유럽의 화해·협력에 앞장선 것이다. 콜이 통일의 열매를 딸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으로 거리가 먼’ 전임자 브란트를 자신의 멘토로 삼은 것이 한 요인이었다. 콜은 아데나워의 서방정책의 기반 에 동방정책을 융합한 통합의 정치로 통일의 문을 열어젖혔다.

    허성무 창원시장이 10년 후, 20년 후 창원시민의 고품격 문화 향유 문제를 걱정하는 말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다. 대신 시장 취임 이후 ‘창원시 SM타운 특별검증단’을 만들어 협약의 정당성을 파악하는데 거의 올인했다. 하지만 현안 문제 인식은 실무 책임자와 달리한다. 지난해 5월 실무 책임자는 SM타운 운영수익을 매년 40억원, 20년간 800억원의 흑자로 예상한 반면, 허성무 시장은 적자 운영이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실무 책임자는 흑자를 말하는데 시장은 적자를 걱정한다. 이런 시정(市政)에서 SM타운의 문이 정상적으로 열리면 기적일 것이다.

    4년마다 바뀌는 자치단체장은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자기만의 색깔을 위해 전임자와는 다른 일을 추진하게 된다. 이처럼 쌓다가 파도에 무너지고 또 쌓는 ‘모래성 문화’가 만연한다면, 시민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다. 특히 SM타운처럼 공모사업의 목적과 정당성이 시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면, 그 사업의 일관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물이 올해 4월에 완공돼도 고품격 한류 문화를 갈구하는 시민들은 지금 공연장조차 구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을 10여 년씩 근무하게 하는 것도 우리 여건상 힘든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시장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이 전임자가 추진하던 정책 중 꼭 필요한 과제는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시장은 바뀌더라도 조직 전체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이 제일 중요하다. 시장의 리더십은 ‘이전 시장 것만 빼놓고는 다 좋다’는 식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히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계승해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을 보고 싶다. 이러한 시장의 자세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시장은 임기가 있어도 창원은 임기가 없기 때문이다.

    구점득(창원시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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