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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소통을 통한 융화, 화이부동(和而不同)- 김덕환(경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0-06-17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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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덕환 경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군자는 다른 사람과 화합하되 무턱대고 무리를 지어 어울리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공자가 [논어] ‘자로’ 편에서 한 말이다. 군자는 대인관계에 있어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소신을 굽혀서 원칙에 어긋나는 것까지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군자의 상대적인 개념인 소인에 대해 공자는 “무턱대고 무리를 지어 어울리되 화합하지 못한다.(小人同而不和)”라고 하였다. 소인은 이해관계만 서로 맞는다면 자기의 소신이나 생각을 굽혀서까지 상대방의 의견에 동조하며 무리를 짓지만 서로 진심으로 화합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지금 나라 안팎은 혼란의 연속으로 마치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러한 시대에는 공자와 맹자의 왕도정치는 통치계층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상앙과 이사의 패도정치가 횡행하기 마련이다. 공자와 맹자는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성인으로 추앙되었고, 상앙과 이사는 재상의 자리에 올라 일신의 영달을 이루었지만 말로는 비참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왕도의 길을 택해야 할지 패도의 길을 택해야 할지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소인에 해당하는 보통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상황에 따라 부화뇌동하거나 자기편끼리 뭉쳐서 그들의 권익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군자에 해당하는 정치 사회적 지도자나 지식인은 그렇게 ‘동이불화(同而不和)’ 해서는 안 된다. ‘화(和)’란 음악에서 서로 다른 음계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음률을 형성하는 것이고, 음식에서 여러 가지 서로 다른 맛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오묘한 맛을 내는 것이며, 인체에서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조화를 통해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거기서 발현되는 품위를 품격이라 한다.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나라에는 국격이 있다. 사람이든 나라든 화합하되 주관을 잃지 않고 조화 속에 균형을 찾아 소통을 통해 융화를 이루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더욱 필요한 시대이다.

    김덕환(경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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