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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악어의 눈물- 이창하(시인)

  • 기사입력 : 2020-06-11 19: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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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의 죽음을 두고 세간에 설왕설래가 많은데, 정말 애먼 사람이 희생됐다고 생각한다. 보도에 따르면 윤미향씨는 부의금을 죽은 소장 명의로도 받았다고 한다. 소장이 책임질 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 소장은 최소의 급여만 받고 봉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포 쉼터는 그가 아니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정도였던 것으로 들린다. 마땅히 윤미향씨가 사실의 전모를 밝히고 잘잘못을 세상에 알렸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큰소리를 치며 억울하다느니 검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 비난하는 등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사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윤미향씨는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되면 사건의 전모를 확실하게 밝히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을 지면 될 일인데 그에 대한 반응은 전혀 없이 막연히 억울하다면서 연일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인 것처럼 보도하고, 검찰이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해 죄인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언론이나 검찰을 탓하기 전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해명만 하면 되는 것이다.

    거짓으로 눈물을 보여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 하는 의미로 통용되는 말로‘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악어는 입안에 수분을 보충함으로써 먹이를 쉽게 삼키기 위해 먹잇감을 잡아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이를 언뜻 보면 잡아먹히는 동물이 불쌍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자신의 소화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임에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희생된 동물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니, 행위자와 관찰자의 입장이 극과 극인 셈이다.

    그녀가 소장의 빈소를 방문하고 나오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신문기자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악어의 눈물이 생각난다.

    이야기의 방향이 다소 다른 쪽으로 흘러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다수의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 순간에도 윤미향씨를 의혹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 아니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 대책 협의회) 이후 현재의 정의연은 위안부를 30년간 팔아먹었다고 하면서 그들은 할머니들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도 인색했다”면서 원망하고 있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들이 이 시점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들은 똑똑히 들어야 할 것이고, 더불어 이번 마포 쉼터 소장의 죽음을 계기로 정의연을 중심으로 발생한 크고 작은 의혹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고 용서를 구할 일이 있다면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현 시국만으로 볼 때, 우리도 우리지만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우리를 향하여 많은 조소(嘲笑)와 함께 그들로부터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당사자들은 현 상황에서 누가 가장 통쾌하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보길 바랄 뿐이다.

    이창하(시인)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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