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기고] 나는 반려인이다- 이상원(창원시 축산과 주무관)

  • 기사입력 : 2020-06-10 20:15:21
  •   
  • 이상원 창원시 축산과 주무관

    몇 해 전 겨울, 기니피그 두 마리를 입양했다. 아이들 정서에 좋다며 여기저기서 필자의 결단을 반겼다.

    그런데 한 녀석이 탈이 났다. 뒷다리를 잘 못쓰더니 몸 곳곳에 염증마저 생겼다. 특수동물이라 부산으로 진료 받으러 다녀야했다. 한번 진료에 드는 치료비와 교통비를 합하면 입양비용의 몇 곱절이나 됐지만, 가족이나 마찬가지기에 생사의 기로에 오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기를 몇 달 뒤 결국 한 녀석을 보내고, 남은 녀석도 얼마지 않아 친구를 따라 가버렸다. 그렇게 필자 가정의 첫 반려동물은 작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그런데 이를 까맣게 잊고선 작년 겨울에 해수어 두 마리를 또 입양해 버렸다. 이번엔 그리 허망하게 보내진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선 관리에 더욱 열심이다. 무엇보다 필자를 쳐다보는 해수어를 볼 때마다 반려인이 됐다는 자부심마저도 느껴졌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가정도 급증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4%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단다.

    앞서 발표된 자료에서는 2016년에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반려동물의 증가세만큼이나 유기동물의 증가도 비례하고 있다는 것은 걱정거리다.

    특히나 민족의 대명절이라며 반가운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있는 동안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증한다고 한다. 연휴를 전후로 유기견의 수는 평소보다 30% 많다고도 하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란다.

    처음엔 귀엽고 예뻐서 입양했는데, 크고 나니 안 귀엽거나 아프거나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내팽개친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은 야생화되어 사람을 위협하는 떠돌이가 되거나 강제로 중성화되기도 하고, 심지어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되는 처지에 내몰리기도 한다.

    이런 사태가 계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동물보호법이고 반려동물등록제다. 반려동물등록을 의무화 해 유기견이 발생하는 것만이라도 방지하자는 취지다.

    특히 창원시는 몇 발 더 나아가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목표로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그 첫걸음으로 오는 6월말 성산구 상복동 일원에 영남권 최대 규모의 공공 반려견 전용공간인 ‘창원 펫 빌리지 놀이터’ 개장을 앞뒀다. 여기에 더해 반려동물 보호센터와 지원센터, 반려동물 문화축제 개최, 펫보험 지원, 관련 조례 제정 등도 계획하고 있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필자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심적 이상이 있거나 머쓱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어항에 얼굴을 갖다 대는 것이다. 비록 배고파 그랬을지라도 필자를 반기는 해수어를 보며 작은 위안도 느낀다.

    앞으로의 일은 잘 모르겠다. 벌써 입양비용보다 몇 곱절이나 비용을 들였다. 그저 가족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울러 수년 내 ‘창원 펫 빌리지’로 발길을 자주 옮길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이상원(창원시 축산과 주무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