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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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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2인자들(그들은 어떻게 권력자가 되었는가)

거미줄처럼 얽힌 인맥… 처세술의 달인들

  • 기사입력 : 2020-06-03 07: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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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조선 역사 속에서 1인자의 자리를 노렸던 2인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욕망이 어떻게 권력이 됐고,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록됐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 역사를 풍미했던 2인자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충의를 지키기 위해 벌인 일련의 사건들과 그 안에서 발휘한 탁월한 기지를 따라가다 보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인맥’과 뜻밖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 시대를 집권했던 한 명의 왕에 의해서 좌우되고, 유지되며, 후세에 영향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역사의 순간순간 왕보다 더 달콤한 권력을 누린 2인자들이 있었다. 조선의 왕은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한 순종을 포함하더라도 27명. 이 중 후세에 성군으로 인정받은 인물은 세종과 정조 밖에 없을 정도로 평가가 박하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역사를 이끌어 권력을 잡은 이들은 최고층인 임금인 경우보다 그 주변의 2인자들인 경우가 더 많았다.

    출신과 신분이 중요한 조선에서 왕족이거나 타고난 재력가가 아니었던 이들은 어떻게 임금에 버금가는 권력과 명예를 누릴 수 있었을까? 그 2인자들은 임금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서슬 퍼런 충신과 왕의 총기를 어지럽히는 흉악한 간신, 이렇게 극단적인 두 종류의 세력밖에 없었을까? 왕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인물이라면 과연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었으며, 어떻게 그 힘을 발휘했을까? 그에 대한 당대의 평가와 오늘날의 평가는 어떨까? 소수의 몇 명에게 집중된 간신의 진짜 실체는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들이 책을 이끌어간다.

    책은 조선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다섯 가지 테마에 걸맞은 10명의 2인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장 역성혁명(건국) 편은 고려 끝에서 조선의 시작을 설계한 이성계와 정도전, 그들은 왜 의기투합했고, 또 갈라서게 되었나를, 2장 왕권과 신권(창업) 편은 조선의 시작을 알린 왕의 아들임에도 버림받은 이방원, 탁월한 처세가가 경세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하륜을 다루고 있다. 또 3장 종친과 외척(욕망) 편은 왕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왕위에서 가장 멀리 놓였던 야심가 수양대군, 권력을 잡아 왕의 장인 자리에 오른 척신정치의 세도가 한명회를, 4장 태평성대의 그림자(권력) 편은 태평성대의 시대 뒤로 깊게 드리워진 절대 간신의 진짜 얼굴 임사홍과 김안로, 그들은 어떻게 간신과 권신의 가면을 썼나를 따졌다. 마지막 5장 권력의 이동(당쟁) 편에서는 권력의 이동, 당쟁의 검은 안개 속에 살아간 이준경과 송익필, 그들은 어떻게 혼군의 시대를 이끌고 당쟁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나를 분석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조민기 저자는 전작 〈조선 임금 잔혹사〉에서 색다른 시각으로 왕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이번 신작에서도 조선이라는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2인자들을 예리한 눈으로 골라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입혀진 화려한 수식어와 악평으로 얼룩진 자국들을 걷어내고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민낯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이끄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이라는 역사를 깊이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은 물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관계와 처세에 힘겨운 지금의 우리가 당장 참고해도 좋을 처세술을 섭렵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남긴 성공과 실패의 기록은 출세와 성공을 원하는 우리에게 열쇠가 된다. 권력을 추구하는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커다란 동력인 동시에 부패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에 국한하지 않고 반복을 거듭한다. 그런 만큼 이 책 주인공들은 우리들에게 궁극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지금을 살아갈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고.

    조민기 지음, 책비, 420쪽, 1만9800원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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