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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창원시 예향 사랑은 어디까지?- 정기홍(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20-06-02 2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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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단체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문화·예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일부는 문외한이다. 대다수는 문화·예술에 관련된 일은 직접 챙기기 않고 관계부서에 모두 맡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이들과 대화를 하면 감성이 부족하고, 무미건조하다는 것을 느낀다. ‘행정의 달인’이라 불리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행정의 달인이어도 문화·예술이 행정의 한 축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반면 많은 돈을 퍼붓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관광·축제에는 큰 관심을 갖는다. 크게는 문화의 한 부분이지만 너무 몰입해 있다. 지금 자치단체의 현주소다.

    이런 와중에 창원시가 마산 출신인 세계적인 추상 조각의 거장 문신(文信·1923~1995)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창원시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하고 오는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시의 발상에 적잖이 놀랐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시가 모차르트 때문에 먹고산다는 생각이 언뜻 스쳐갔다. 한 명의 예술인을 기리기 위해 행정기관이 100주년 3년 전부터 입법예고를 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좀체 찾아보기 드물다. 허성무 시장이 예술에 관심이 있는 건지, 담당 부서 직원들의 예술 사랑인지. 모두가 공감한 결과로 생각된다. 조례가 통과되면 2022년까지 문신예술 학술 심포지엄, 국내외 특별기획 전시회, 중·고교 교과서 문신 예술세계 등재, 문신예술거리 조성사업 등이 진행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과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확대·추진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큰 박수를 보낸다.

    문신은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치열한 작업관과 불꽃같은 예술혼으로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창작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 ‘문신 양식’을 탄생시켰고,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생명력 있는 작품들을 남겼다.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은 문신 평론집에서 그를 ‘위대한 예술가의 한 사람이며, 미래가 기억할 예술가’라고 표현했다.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는 ‘가고파의 도시’ 마산은 예술인들의 고향, ‘예향(藝鄕)’이다. 문신 기념사업 추진은 예향 마산, 즉 창원의 예술이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무대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시는 더욱 깊음이 있는 예향을 만들기 위해 끝없는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통합 창원시 이전의 마산시는 예향을 내세우면서 정작 관심은 없었다.

    예컨대 첫 서리가 내리면 절로 불려지는 노래가 있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로 시작하는 명곡 ‘고향의 노래’를 비롯, 가곡 ‘내마음의 강물’, 동요 ‘둥글게 둥글게’ 등 아름다운 노래를 수없이 만든 마산사람 이수인을 모두가 잊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창원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이 서울에 살고 있는 그를 찾아내 그해부터 매년 11월에 3·15아트센터에서 경남오페단과 함께 ‘이수인 가곡의 밤’을 개최해오고 있는 등 후원과 열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창원시가 예술인 발굴 작업을 시작하고, 계속하길 바란다.

    마산은 문신과 함께 음악과 문학의 향취가 짙게 풍기는 곳이다. 여기에는 ‘가고파’란 위대한 마산의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의 공인화·세계화 작업도 따라야 하는 등 할 일이 이 많다.

    예술이 천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예향에서 예술이 천대받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피카소는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고 말했다. 예술을 통해 시민들에게 영혼에 대한 고민과 감성, 무한한 위안을 주는 창원시를 기대한다.

    정기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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