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가고파] 학교 가고 싶어요- 차상호(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03-29 20:43:03
  •   
  • 개학이 연기된 지 어느덧 5주째로 접어들었다. 아이들과 집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아~ 학교 가고 싶다. 언제 가는 거야 도대체. 학교 구경도 못해보고.”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는 입학식은커녕 말 그대로 학교 구경도 못해봤다. 듣고 있던 아들은 “야~ 근데 학교 가면 또 안 가고 싶을 걸. 인정?”이라고 응수했고, 딸은 “어~ 인정!”이란다.

    ▼살면서 개학이 이렇게 늦춰진 적이 있었나 싶다. 일본은 벚꽃 피는 4월이 개학인데 일찌감치 한 달 휴교령을 내렸으니 5월에 학교에 가게 될 터. 물론 지금 상황을 보면 5월은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소강상태가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텨왔다.

    ▼나는 그나마 돌봐줄 사람도 있기도 하고 큰 아이가 동생을 어느 정도는 돌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점심만 차려놓으면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으니 말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을 하고 있지만 사실 보내고 싶지 않다. 집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니 굳이 돌봄까지 안 보내겠다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전체 학생 중에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이들의 비중이 초등학교는 3%가 채 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서니 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안 보내는 부모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임계점에 다다른 가정이 있을 것이다. 대가족인 시절에야 부모님들이 손주들을 돌봐 주셨겠으나 지금은 함께 사는 가족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부모님 세대 역시 자신의 일이 있거나 힘이 들어 돌봐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학교가 ‘교육’에다 ‘보육’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 묻는 이들도 있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하소연도 있다. 아이 방 한편에 놓인 한 번도 메고 가보지 못한 책가방과 신발가방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차상호(사회부 차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