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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경남의 서사력(敍事力)- 모형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 기사입력 : 2020-03-18 2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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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초, 경남연극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개인 SNS에 올리면서 경남 연극이 강한 이유가 지역의 서사력(敍事力)에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서사력’이란 말은 사전에는 없으나 뜻을 풀이하자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 곧 ‘썰을 푸는 힘’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경남 연극의 힘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연극인의 투철한 시대정신과 부단한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썰 푸는 힘이 지역 연극의 강한 면모를 이끌어 온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본다.

    경남의 서사력이 강하다고 생각 했던 적이 또 있다. 민요를 채집하던 시절에 경상도와 전라도의 시집살이 노래를 비교해 보면 내용 구성이 사뭇 달랐다. 전라도의 시집살이 노래는 직설적이다. 대개 ‘성님성님 사촌성님’으로 시작하여 시집 식구가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너가 이리 했으니, 나도 이렇게 하겠다’라는 표현이 많다.

    반면 경상도의 시집살이요는 시집 식구들을 화초나 수목에 빗댄 은유를 사용하거나 어떤 상황을 가정한 서사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 많았다. 또 지역 문화기획자들의 결과물로 전국 단위에서 경합을 벌일 때 경남의 기획자는 유려한 표현이나 세련된 기법은 부족했지만 투박한 표현으로 지역 공동체의 내력을 풀어내거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썰 푸는 힘’이 강했다. 투박하지만 진솔했던 ‘썰 푸는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 전국 1위를 차지했던 적이 많았다. 여러모로 경남의 서사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이유이다.

    경남의 서사력은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 게임,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산업의 원천소스로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분야의 지적 재산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경남 콘텐츠산업 육성의 실마리 중 하나는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썰 푸는 힘’이 대단한 이야기꾼, 곧 스토리 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남의 서사력을 이어나갈 숨은 이야기꾼, 어디 있는가?

    모형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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