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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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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술가의 시대정신- 모형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 기사입력 : 2020-03-11 20: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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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윤이상은 회수록〈回首錄〉 ‘아~派’라는 글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기를 살아간 두 부류의 젊은 층을 다뤘다. 한 부류는 ‘현실파’로 실력을 기르고 돈을 벌기 위해 일본인의 점원이 되거나 점포를 냈던 이들로 해방 이후에는 일본인의 상점을 점령하는 등 적산(敵産) 처리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다니던 사람들이었다. 다른 한 부류는 ‘아~派’로 민족의 비운에 통감하며 겨드랑이에 책 한 두 권을 낀 채 바닷가에 나가 ‘아~’하고 한탄을 했던 이들로 동경으로 건너가 공부를 마친 후 해방 이후에는 민족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문화협회를 조직하고 음악회를 여는 등 계몽운동에 중점을 둔 사람들이다. 특히 ‘아~派’는 사설도서실을 꾸미거나 반일적 연극을 공연하기도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유치진, 유치환 형제이다.

    윤이상은 통영에서 많은 예술가가 난 이유가 ‘아~派’가 닦아 놓은 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일제의 참혹한 핍박을 견뎌내고 해방 이후 새로운 기회를 뒤로한 채 민족의 운명에 통감했던 예술인의 시대정신으로 말미암아 통영 예술의 기반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아~派’의 시대정신을 통해 형성된 통영 예술의 전통은 이제 도시의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각하고 있다. 예술가의 시대정신, 시민들의 예술적 소양이 50년 후, 100년 후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아~派’와 같은 시대정신을 지닌 예술가가 있는가? 우리 사회는 그들을 지지하고 있는가? 예술 활동으로는 기초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 각종 강습이나 교육, 아르바이트까지 해야만 하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의 시대정신이 싹틀 수 있을까?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사회공공재로서 가치 있는 것이며 도시와 지역사회의 미래 경쟁력임을 공감해야 한다.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소득이 불규칙적인 예술가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실업보험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0년 후 다음세대에게 우리는 어떠한 시대정신을 남길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모형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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