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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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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위기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불꽃-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20-03-02 2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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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생 초기부터 심상치 않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근 우리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경제의 순환구조를 마비시키면서 범국가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의 피해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와 가족뿐만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 문자와 확진자를 알리는 뉴스 속보에 개개인의 불안은 도를 넘고, 바깥 출입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집안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언제쯤 치료제가 개발되어 확산이 멈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점점 속도를 높여 가는 자동차를 타고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기분이기도, 마치 한 편의 재난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 혹은 가족이,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감염될 수 있고 또 이미 감염되어 격리 또는 치료 중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어떤 재난영화에서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불안이 엄습해오는 건 당연하다.

    국내에 사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 국가적 위기와 개개인의 피폐해진 삶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국가나 지자체에 그 역할과 책임을 떠넘기거나 따질 단계를 넘어섰고,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공격하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더욱더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낙심과 자포자기, 분노로 극복될 상황도, 또 그리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누구 하나 따로일 수가 없고 한마음으로 이 위기를 이겨나가야 할 것이다.

    재난영화에서 위기 상황을 이겨내는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하듯이 최근 이런 암담한 상황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과 지혜의 불꽃들이 우리 주위에서 일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생긴 점포 임대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려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그것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이 있기 전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한 사례라 큰 의미가 있다.

    그런가 하면 전쟁 시에 자원입대하는 예비군처럼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 의료의 손길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생업을 제쳐둔 채 선별진료소와 치료현장으로 뛰어드는 민간 의료인의 자원도 늘고 있고, 방호용품에서부터 방역물품과 생필품, 기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마치 괴기스럽기까지 한, 재난영화 같은 현실 속에서 보는 봄바람 같기도, 따뜻한 휴먼드라마 같기도 한 사례들이다.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어떻게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도 중요하다. 이런 때 얼음장을 녹이며 피어나는 복수초 같은 미담은 우리가 우리에게 닥친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오랜 공동체 문화를 지켜오면서 국민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공생공존을 위한 자기성찰과 상호부조 정신의 실천을 통해 수많은 위기를 이겨왔다. 작은 시내가 수없이 모여 거대한 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듯이 우리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여 거대한 긍정의 역사를 만들어내 온 것을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봐도 알 수 있다.

    함께 나누고 도우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냈기에 오늘의 이 어려움도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봄을 맞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김일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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