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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8) 제25화 부흥시대 88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 기사입력 : 2020-02-25 08: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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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달이 먼 산위에 푸른 광망을 뿌리고 창으로도 스며 들어왔다.

    계월이 머뭇거리며 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이재영은 손을 뻗어 계월을 안았다. 그녀는 속치마와 속바지 차림이었다. 이재영의 품에 안겨서 가늘게 몸을 떨었다.

    “계월아.”

    “네.”

    “무서우냐?”

    “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계월은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이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거부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운명이라고 체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재영은 계월을 품에 안았다.

    낙화로구나

    이재영은 계월이 꽃처럼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녀들의 노래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가을바람 솔솔 불어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꽃이 진다

    무엇을 하는 소녀들일까. 왜 밤늦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이재영은 노랫소리가 귓전을 쟁쟁 울리는 것 같았다 .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화창스런 봄날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아름답고 슬픈 노랫말이었다.

    오늘 계월은 꽃처럼 지고 어느 화창한 봄날에 환생할 수 있을까.

    이재영은 계월과 한 몸이 되었다.

    계월은 아파하지 않았다. 그녀는 새처럼 몸을 떨면서 이재영에게 안겼다.

    이재영은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이재영이 눈을 뜨자 계월이 그의 가슴에 엎드려 있었다.

    “회장님.”

    계월이 수줍은 듯이 이재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계월아.”

    이재영은 계월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네.”

    “계월이가 아주 예쁘구나.”

    “아잉~!”

    “우리 계월이를 요정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

    이재영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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