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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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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6) - 어귀, 갑자기, 나랏돈, 선비, 논밭

  • 기사입력 : 2020-02-25 0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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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79과 8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9쪽 첫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서울)을 서경으로 옮겨 북진의 근거지로 삼으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서경’, ‘북진’, ‘근거지’라는 말을 빼고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보았지만 ‘천도’와 같은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서울’과 ‘옮기다’는 쉬운 말을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줄에 ‘그 뒤의 임금들이 태조의 뜻을 이어’라는 말이 보이는데 ‘후대의 왕들이’나 ‘유지’와 같은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힘쓰고’도 ‘노력하고’가 아니라서 좋았고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에 걸쳐 나오는 ‘땅을 얻고’와 여덟째 줄의 ‘물리쳐’와 같은 쉬운 말을 써 주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아홉째 줄에 있는 ‘어구’는 요즘 대중말(표준말)로는 ‘어귀’라고 쓰는데 ‘드나드는 목의 첫머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열째 줄에 있는 ‘이르는’과 ‘걸친’, 열한째 줄의 ‘굳게 지키었다’가 쉬운 말이라 좋았습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서 ‘갑자기 개혁하지 않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다른 책이나 풀이에서 ‘급진적으로 개혁하지 않고’라는 말을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쉽게 느껴집니다. 그 뒤에 이어서 나오는 “신라의 제도를 그대로 물려받았으나 그 뒤 제 4대 광종 때부터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었다”는 말도 ‘신라’, ‘제도’, ‘제 4대 광종’을 빼면 참 쉬운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줄에 있는 ‘흉년이 잦아서’도 다른 책이나 풀이에 ‘흉년이 빈번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잦다’는 쉬운 말을 써 주었습니다.

    80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 ‘제 몸을 팔아 남의 종이 된 일이 많으므로’라는 말이 나오는데 낱말은 모두 토박이말이라 반가웠지만 뜻은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늘날 ‘종’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여전히 둘레에 있는 사람을 ‘종’처럼 여기고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서 ‘나랏돈’이라는 말도 나오고 이어서 ‘풀어준 일이 있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여기 나오는 ‘나랏돈’은 요즘 흔히 많이 쓰는 ‘국고’ 또는 ‘국고금’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풀어주다’는 말도 ‘노예해방’이라는 말을 쓰는 것과 견주면 참으로 쉬운 말입니다.

    넷째 줄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그러나 아직도 그러한 가엾은 종이 많으므로’와 ‘억울한 자를 놓아 주어 자유의 몸이 되게 하였다’는 말도 참 쉬운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나온 ‘풀어주다’와 비슷한 ‘놓아 주다’라는 말이 더욱 그렇습니다.

    여덟째 줄에 ‘인재를 뽑아 쓰는’이 나오는데 여기서 ‘등용’이라 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사람을 뽑아 쓰는’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홉째 줄에 나오는 ‘무리’, 열째 줄과 열한째 줄에 걸쳐 나오는 ‘외이고 읽혀’와 같은 쉬운 토박이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열넷째 줄에 있는 ‘선비를 널리 구하여 쓰기로 하였다’는 말에 나온 ‘선비’와 마지막 줄에 있는 ‘논밭’도 토박이말이라 참 좋았습니다. 머지않아 이렇게 쉬운 토박이말로 된 배움책을 만들어 줄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며 더욱 힘을 내야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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