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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7) 제25화 부흥시대 87

“괜찮아. 이리 들어와라”

  • 기사입력 : 2020-02-24 07: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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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차에 계속 앉아 있자 좀이 쑤셨다.

    “기사가 그러는데 아랑여관이 깨끗하다고 합니다.”

    “그럼 거기서 쉬기로 합시다. 어차피 밤에 가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예. 먼저 여관을 잡고 식사를 하시지요.”

    일행은 아랑여관으로 갔다. 여관은 의외로 깨끗하고 아늑했다. 여관의 이름은 밀양에서 유명한 아랑의 전설을 따서 지은 것 같았다.

    “식사하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지요?”

    박불출이 말했다.

    “좋습니다.”

    밀양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두부요리집이 있다고 하여 몰려갔다. 두부조림, 두부전, 콩비지 찌개 등 두부로 만든 요리와 여러 가지 나물 반찬이 담백했다. 술도 밀양전통주를 주문하여 마셨다. 계월은 멀미를 하여 음식도 많이 먹지 않고 술도 몇 잔 마시지 않았다.

    때마침 아이젠하워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이 확실시 된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는 취임하기 전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쟁이 끝나겠구나.’

    이재영은 마침내 길고 지루한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식사를 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서는 딱히 할일이 없었다. 창으로는 푸른 하늘이 보였다.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이었다.

    깊어 가는 가을밤에 낯설은 타향에

    외로운 밤 그지없이 나 홀로 서러워

    어디선가 어린 소녀들의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이재영은 그 노랫소리가 가슴속으로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밀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지리산이나 태백산맥 줄기와도 연결되어 빨치산의 이동 통로이기도 했다. 이재영은 박불출과 한담을 나눈 뒤에 방으로 돌아왔다. 계월은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이부자리를 얌전하게 펴놓고 이재영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타앙.

    먼 산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계월이 깜짝 놀라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이리 들어와라.”

    이재영이 웃으면서 계월에게 말했다. 총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네. 불을 꺼도 돼요?”

    “그래. 꺼.”

    이재영이 낮게 말했다. 계월이 일어나서 불을 껐다.

    이재영은 창문 너머로 먼 산을 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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