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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3) 제25화 부흥시대 83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 기사입력 : 2020-02-18 0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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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시작되어 해가 짧았다.

    향원을 나와 다른 요정 초원으로 갔다. 영주는 초원도 점검하고 초원의 관리를 맡은 기생 명월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영주의 요정에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영주는 요정의 영업을 관리하고 이재영은 신문을 보다가 잠을 잤다.

    “호호. 우리 애인님.”

    영주는 통금시간이 지난 뒤에야 돌아와 이재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쉬고 있는데 박불출이 보낸 차가 왔다. 비는 새벽에 그쳐 있었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없었다. 요정의 뜰에 핀 국화가 아름다웠다.

    이재영은 그의 차를 타고 선착장으로 갔다.

    군인트럭이 여러 대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병사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훈련을 마친 병사들인 모양이었다. 병사들의 얼굴이 우울해 보였다 어쩌면 그들은 전방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몰랐다.

    선착장에는 박불출과 기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박불출이 새삼스럽게 악수를 청했다.

    “비가 그쳐 다행입니다.”

    이재영은 박불출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회장님이 뱃놀이를 하니 하늘까지 맑아진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 인사드려라.”

    박불출이 기생들에게 지시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기생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이재영은 그녀들과 환담을 나누면서 배에 탔다. 기생들은 옷차림이 화려하여 꽃이 핀 것 같았다. 선장도 와서 인사를 했다. 배는 여객선을 개조하여 유람선으로 만들었다. 한 시간 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낚시는 형식적이었다. 배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기는 했으나 고기는 물지 않았다. 물결은 잔잔하고 햇살은 파도 위에 은빛으로 부서졌다. 기생들이 차를 갖다 주고 과일을 깎아서 입에 넣어주었다.

    “회장님.”

    박불출이 옆에 와서 앉았다. 기생들은 다른 곳으로 보냈다.

    “예.”

    “기업체 몇 개 사십시오.”

    “기업체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에 갚지 못한 회사들이 꽤 많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내고… 심지어 주인이 행방불명이 된 회사도 있습니다. 알짜 회사들도 있습니다. 그런 회사들을 은행에서 처분할 생각입니다. 일할도 안 되는 가격에 말입니다.”

    박불출이 이재영을 뱃놀이에 초대한 이유였다.

    전쟁 때문에 주인 없는 땅과 집도 많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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