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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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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63) 제25화 부흥시대 73

“여기 위스키 두 잔 가져와”

  • 기사입력 : 2020-02-04 08:10:19
  •   

  • 박두영이 다방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회장님이 여기 웬일이십니까?”

    박두영은 이재영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회장님, 별고 없으셨습니까?”

    박두영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앉게. 자네는 여기 웬일인가?”

    이재영은 박두영과 악수를 하고 자리를 권했다.

    “핫핫! 저야 대통령 각하께서 부산에 계시니 있는 겁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박두영이 이재영의 앞에 앉았다. 박두영은 깔끔하게 양복을 입고 있었다. 몇 달 새에 풍채가 더욱 좋아진 것 같았다.

    “무역 때문에 홍콩에 다녀오는 길이네.”

    “아, 그러시군요. 일은 잘 보셨습니까?”

    “잘 봤네.”

    “마담, 여기 위스키 두 잔 가져와.”

    박두영이 이재영의 의향을 묻지도 않고 다방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한복을 입은 마담이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인사를 했다.

    “모처럼 부산에서 뵈었는데 술 한 잔 올려야 하지만 곧 회의가 있습니다.”

    “괜찮네. 선거 때 자네가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네.”

    박두영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운을 떼었다.

    “핫핫핫! 모두 나라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뭐 한 일이 있습니까?”

    박두영이 겸손을 떨었다.

    “내각에 들어가지 않나?”

    “저도 한 자리 주실지 알았는데… 에이 각하께서 당에 남아 있으라고 하십니다. 2년 후에 국회로 진출하라고 하시네요.”

    “저런….”

    “뭐 국회의원도 할 만합니다. 장관이야 1, 2년밖에 못하지만 국회의원은 4년이나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군.”

    박두영은 국회의원을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마담이 위스키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마담 여기 앉아봐. 여기 이 어르신은 내가 모시던 회장님이야. 앞으로 여기 오시면 잘 모셔.”

    박두영이 마담에게 큰소리를 쳤다.

    “안녕하세요? 한 마담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마담이 고개를 까딱해 인사를 했다.

    “서울에 백화점도 가지고 계셔.”

    “어머나! 좋으시겠어요.”

    한 마담이 이재영에게 눈웃음을 쳤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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