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행복하게 늙는 방법은- 이상규(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0-01-22 20:19:10
  •   

  • “누구한테도 간섭받거나 지시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삶, 마음대로 먹고 자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을 꿈꿔 왔는데 막상 퇴직하고 보니 그렇게 좋은 줄 모르겠습니다.”

    “오전에 등산 가고, 오후에는 수영하고 어학공부하고 취미생활합니다. 오랜 기간 은퇴를 준비했고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하루 일정을 보내지만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쉽지 않습니다.”

    “퇴직 후 제주도 한 달 살기, 해외 여행, 국내 여행하며 1년 동안 원없이 놀았습니다. 이제는 그 짓도 시들합니다. 현역 땐 그렇게 지겹던 일이 이젠 그립습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은퇴자들의 모임인 ‘은퇴자 카페’에 올라 온 글 중 일부다. 20~30여 년간 직장 생활을 마친 뒤 설렘과 두려움으로 은퇴를 시작한 분들의 일상은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자녀 교육과 가족 부양을 위해 긴 세월 일을 하고, 드디어 은퇴의 길에 들어선 은퇴 초년생들.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63년 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매년 한 해 약 100만명이 태어났다.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이 중 절만씩만 은퇴한다고 해도 매년 50만명이 은퇴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경남에 60대 이상 인구는 2919년 현재 80만명가량 된다. 도내 60대 이상 인구는 전체 경남 인구 336만2553명 중 23.9%를 차지한다. 도민 네 명 중 한 명이 60대 이상이다. 법상 정년은 60세이지만, 사기업에선 50대 중후반부터 퇴직한다. 이들 중 다수는 60세를 즈음해 이전과 다른 제2의 인생을 모색하고 본격적으로 은퇴자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녹록지 않다고 토로한다. 인고의 세월 끝에 드디어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었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밝지 않다. 은퇴자들은 은퇴 순간부터 시간부자가 된다. 하지만 경제력과 건강이 그 넘치는 시간을 받쳐주지 못한다. 매일이 일요일이니 놀고 시간을 보내는 게 이제 버겁기까지 하다.

    은퇴자 카페에서 은퇴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역 시절 경제적 준비가 덜 된 부분을 아쉬워한다. 남편 또는 아내 모르게 자신만의 용돈 주머니를 두둑히 챙겨 놓지 못한 점도 많이 후회한다. 그리고 뭐든 소일거리를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최고 시기를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라고 한다. 이팔청춘만 꽃(花)처럼 빛나는(華) 시기가 아니다. 오늘은 은퇴자에게도 가장 젊고 화려한 시기이다. 직장에서는 물러났지만 60대 이상 다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직 너무나 싱싱하다. 이들이 자존감을 갖고 행복하게 늙는 방법은 없을까.

    2019년 말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법적 노인인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800만명을 돌파했다. 노인들은 행복한 노년을 위해 스스로 가족, 건강, 돈, 친구를 조화롭게 챙기고 돌봐야 한다. 하지만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대비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집보다 더 안락한 요양원, 치매마을, 섬세하고 촘촘한 노인돌봄제도 등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부에 앞서 경남도와 각 시·군이 노인이 행복한 경남을 만드는 데 더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상규(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규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