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아첨-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1-08 20:32:29
  •   
  • 조선 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연암집 ‘마장전’에서 “몸을 가지런히 하고, 말을 얌전하게 하고, 명예나 이익에 초연하고, 상대방과 사귀려고 하는 마음이 없는 척하는 것이 최상의 아첨이며, 간곡하게 바른말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인 다음, 그 틈을 잘 활용해 뜻이 통하도록 하는 것은 중급의 아첨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술과 안색을 살피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좋다고 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무조건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것을 하급의 아첨이다”고 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아첨’일 것이다. 정도가 지나쳐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정확한 지적이나 충고보다 더 긍정적 인간관계를 낳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적절한 아첨은 생활의 활력소이자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매력적이라는 칭찬을 해주면 실제로 그 사람은 훨씬 더 밝아지고, 매력적이 되는 것이 아첨의 순기능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첨을 천박하고 이기적이고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첨의 순기능보다 좋지 못한 폐단을 더 많이 보아 왔고 또 경험했기 때문이다. 조직사회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 중에 아첨의 달인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아첨만 잘한다고 출세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세한 인물 중에 아첨에 약한 사람을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간 유형 중 하나이다.

    ▼칭찬과 아첨은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아첨도 타인을 칭찬하는 행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것이 올바르게 사용되면 칭찬이라고 하고 바르지 못할 때 아첨이라고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아첨은 지나치면 상대방에게 거부감과 역겨움, 그리고 상대방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까지 줄 수 있기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필요악의 존재를 항상 되새기며 모든 일에 진심을 담아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