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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2020년 비익연리에 대한 소망-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 기사입력 : 2020-01-05 20: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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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을 정리하는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교수신문은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한 많은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 하는 새’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제는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질투심을 가졌다. 이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명지조를 사자성어로 추천한 교수들은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명지조와 반대되는 성어로는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있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와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를 합친 말이다. 이 말은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지은 장한가(長恨歌)에 나온다. 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비익조(比翼鳥)에서 비(比)는 나란하다는 뜻이고 익(翼)은 날개이다. 비익조(比翼鳥)는 전설 속의 새로서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므로 암수 한 쌍이 한데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連理枝)의 연(連)은 연결이라는 뜻이고 리(理)는 결이다. 연리지란 그러니까 나뭇결이 연결된 가지를 말한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 몸을 이루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

    연리지는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蔡邕)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해드렸다.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분묘 옆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 엉키더니 한 나무처럼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익조(比翼鳥)와 비슷한 의미로 비목어(比目魚)란 물고기가 있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눈이 나란한 고기’가 된다. 류시화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에서 이 물고기를 소재로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比目)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노래하였다. 아마도 비익조(比翼鳥)에서 유추하여 비목어 또한 눈이 하나밖에 없으므로 암수가 서로 나란히 붙어야만 헤엄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미중 무역전쟁과 북한 핵위협, 일본 수출규제 등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등 기업과 서민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은 극심한 정쟁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민생정책도 표류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제도적 자제와 상호배려의 정신에서 꽃피우듯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고 타도할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때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타협하는 동반자로 인식하여 어려운 국내외적 파고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2020년 경자년에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상대방과 같이 도와가며 나아가는 ‘비익연리’가 선정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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