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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이한기(마산대 특임교수)

  • 기사입력 : 2019-12-30 20: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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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를 기다리는 바로 전날, 섣달 그믐날 밤을 제야(除夜), 또는 제석(除夕), 영어로는 New Year’s Eve라고 한다. 이는 한 해를 마감하는 ‘덜리는 밤’이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중심부에 수미산, 또는 수미탑이 있다고 말한다. 높이가 무려 56만㎞나 되어서 세상 모든 것을 대표하는 33천신이 사는 상상 속의 탑이라고 한다. 이러한 우주관 때문에 신성한 건물이나 탑이나 사원 등을 한복판에 두고 그 나라의 수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상은 서양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런던탑, 파리의 에펠탑,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 워싱턴의 첸슬탑,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2020년 경자년 첫 새벽 보신각에서는 33천신에게 알리는 33번의 종소리가 웅장하게 온 세상에 메아리쳐 울릴 것이다. 종소리와 함께 새해 아침이 활짝 열린다. 우리는 새해 첫날 아침을 원단(元旦, New Year&acute’s Day)이라고 한다.

    아침은 일년 365일, 날마다 찾아오는데 이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새해 첫날 아침이다. ‘무궁에서 무궁으로’ 흐르는 세월을 옛사람들은 연(年), 계(季), 그리고 달(月)로 나누어 계획을 세우고 일을 추진해 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달을 맞거나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보다 더 경건해지고 더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된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는 신이 두 얼굴로 앞과 뒤를 각각 바라보며 한 얼굴로는 울고 한 얼굴로는 우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섣달(12월)은 지난해를 회상하며 울고, 정월(1월)은 오는 해를 반기며 기뻐서 웃는 달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섣달하고도 제야를 기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무거운 짐을 한 번씩이라도 털고 가자는 뜻일 것이다. 명나라 때 씌어진 처세 잠언집 ‘채근담(菜根譚)’에는 “스스로 성찰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이로운 약석(藥石)을 이루거니와 남의 허물을 꾸짖는 사람은 생각이 움직일 때마다 자신을 해(害)하는 창과 칼이 된다”라고 하였다. 무거운 짐은 털고 가되, 성찰이 새해를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리는 오늘,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감으로써 활짝 열린 올 한 해와 주어진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이사야 43:18-19).” 다가오는 정월, 원단을 맞아 세울 계획들이 사막에, 광야에 큰 길을 내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성취되는 복된 한 해가 펼쳐지길 기원하고 싶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숫타니파아타 경전)” 앞만 보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공정과 복지정의가 실현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민생경제도 풍요로워지는 희망의 경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구약에서 하느님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창세기에는 하느님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제일 처음에 나온다. “한처음(太初)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니 빛이 생겼다(창세 1,1-3)”라는 구절이다. 아프고 아쉬운 것일수록 시공 속에 함께 띄워보내고 희망의 빛을 향해 나아가자. 2020년 새해 아침,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당당하고 힘차게 새날을 열어 가야 하겠다.

    이한기(마산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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