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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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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9) 제25화 부흥시대 49

‘사람이 변했네’

  • 기사입력 : 2019-12-27 0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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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수가 무역회사를 통해 상품을 수입하고 있었다.

    “2개월 정도 팔 물건은 있습니다. 의류는 계절별로 필요하니 가을 상품을 수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박민수가 대답했다.

    “홍콩에서 수입해 오는 것인가?”

    “예.”

    “국내 제품은 어떠냐?”

    이재영이 이정식에게 물었다. 이정식은 삼일상회를 통해 국내 제품을 백화점에 공급하고 있었다.

    “영업부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파니까 품질이 좋아야 돼.”

    “예. 철저하게 품질검사를 하겠습니다.”

    “고무신공장은 어떠냐? 공장이 잘 돌아간다고 들었다.”

    아들 이정식에게 물었다.

    “고무신이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이정식이 빙그레 웃었다. 그가 전쟁 전부터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공장을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 그는 장차 운동화를 생산할 계획으로 있었다.

    부산에서는 정치파동이 일어났다. 경남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되더니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체포하고 버스로 실어서 국회로 들여보낸 뒤에 경찰과 헌병, 백골단 등 시위대가 포위하여 함성을 지르면서 개헌안을 통과시키라고 협박했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이재영은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파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국회의원들을 협박하고 있었다. 전방에서는 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결국 경찰과 헌병, 정치깡패들까지 동원하여 발췌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깡패들을 동원한 것은 박두영이었다.

    ‘정치를 하더니 사람이 변했네.’

    이재영은 박두영의 변신에 놀랐다.

    제지공장 불하와 백화점 오픈으로 봄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한여름이 되었다. 백화점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전방은 여전히 고지전을 벌이고 있었다. 각 전선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신문에 계속 전선 상황이 보도되었다. 유엔군 폭격기 수십 대가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압록강의 수풍발전소를 폭격했다는 기사도 보도되었다.

    “날씨가 몹시 덥구나.”

    이재영은 백화점의 사무실에서 지열이 솟아오르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백화점이 성업을 하고 있어서 흡족했다.

    “회장님, 홍콩에서 편지 한 통을 가져왔습니다.”

    박민수가 홍콩을 다녀와서 편지 한통을 내밀었다. 그것은 뜻밖에 나츠코가 보낸 것이었다. 나츠코라는 이름을 보자 이재영은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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