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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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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공감능력 결핍증- 정오복(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19-12-26 20: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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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남의 편이다.’ 기혼 여성들이면 십분 공감하고, 넋두리처럼 하는 말이다. 과거 고부갈등 사이에 낀 남편은 효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다 보니 아내들의 서운함, 혹은 배신감이 잔뜩 묻어 있는 푸념이다. 그런데 노골적인 고부갈등이 많이 줄어든 요즘에도 ‘남의 편’은 여전하다. 아내의 이런저런 하소연에 눈치 없는 남편은 명석한 재판관을 자처해 옳고 그름을 굳이 재판하려 한다.

    ▼“검사님은 한 번도 검사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 없으십니까?” 지난 10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차 공판준비 기일에서 송인권 부장판사가 검찰이 공소장 변경 불허에 강하게 반발하자 이처럼 질책했다. 무오류를 내세우며 자의적으로 법 집행을 해온 우리나라 사법 권력의 민낯을 확인하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소년 등과한 이들의 자부심은 선출된 권력조차 견제하지 못할 정도로 선민의식이 강하다. 도긴개긴, 판-검사들의 설전을 보는 시민들은 씁쓸하다.

    ▼창원경상대병원 의료진은 최근 회식을 이유로 응급환자 이송을 받지 못한다고 소방서에 통보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책무를 망각했다는 비판이 거센 데 반해, 병원 측은 1년에 한 번 여는 큰 행사인 만큼 사전에 병원 상황을 공유한 것일 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절대 사과하지 마라. 인간적 미안함을 표현했을 뿐인데, 환자 측에선 의료진이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인식한다’라는 의료계의 속설이 작용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공감능력 부족이다. 공감능력은 긍정의 힘으로 바꿔주는 마술과도 같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함과 동시에 타인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하는 쌍방통행의 능력이다. 다만 상대의 감정 주파수를 맞추는 데 집중해야지, 상대를 가르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능력보다는 공감하려는 태도다. 이런 면에서 공감능력은 능력(ability)이 아니라 태도(attitude)라는 말이 설득력 높다.

    정오복(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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