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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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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아빠가 최고로 잘생겼어요!- 하성자(김해시의원)

  • 기사입력 : 2019-12-22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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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동문 송년 모임 날 무심코 한 내 도전은 심대한 응전을 받았다.

    오래 해 온 모임인지라 아내들끼리도 친숙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진행을 맡은 이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소개하라며 아내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고상하게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내 차례가 됐을 때 특유의 끼가 순간 발동해버렸다.

    “여기 계신 동문님들 중에 가장 멋지고 잘생긴 ㅇㅇㅇ씨와 함께 사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해 모두들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모임이 끝나 일어서려는데 초등생으로 보이는 동문자녀 셋이 몰려오더니 억울한 표정 가득 이구동성으로, “우리 아빠가 최고 멋지거든요. 여기서 우리 아빠가 제일로 잘생겼어요” 하는 거였다.

    “그렇구나!” 했는데도 “우리 아빠가 최고예요”라며 재차 강조하는 꼬마가 너무 귀엽고 기특해 “아빠가 누구시니?” 라고 물으니 “우리 아빠는 ㅇㅇㅇ씨예요. 저기 우리 아빠, 여기서 최고로 잘생기셨잖아요.” 다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말하며 가리키는 통에 또 한바탕 웃음들이 터져났다. 농담에 든 내 진심을 알아채다니, 아이가 있을 때는 농담도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미소가 저절로 나와 흐뭇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잘생겨서 잘생긴 것이 아니라 잘생겼다고 생각해서 잘생겨지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를 비롯한 성인들과 여러 성현들의 그 외모를 우러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태에 대한 사랑, 자비로써 인류사회에 평화로운 질서를 파생시켜 낸 높은 가치와 그 가르침을 존숭하는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그 아버지가 그러하였다.

    어쩌면 결혼은 한때 발동한 콩깍지와 ‘제 눈에 안경’이었던 그것에서 연유했으리. 좋은 가정이 지닌 얼굴은 못난이 안경에다 제 눈을 맞추어 가며 생활의 콩깍지를 터뜨리고 삶의 갈등을 볶는 내음이 구수하게 풍겨나는 모습이지 싶다.

    자기 아버지가 최고라는 아이들, 그 끈끈함과 탄탄함을 짐작하니 얼마나 건강한 가정인가. 돌아오는 길에 그런 풍경이 여기저기 많아지는 사회를 소망했다.

    하성자(김해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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